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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박병철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경이로운 책 - 다이앤 애커먼"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의 결합은 때론 아름다운 것 같다. 남녀의 사랑이 그러하고, 암컷과 수컷이 만나 새 생명체를 탄생케
하는 것 역시 그러하다. 어둠이 가고 밝음이 찾아오는 새벽녘의 하늘과 서로 섞이지 못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의 이해와 화해만큼
빛나는 것 도 없을 것이다.
칼 세이건이 지은 소설 콘택트는 수학과 과학의 이론 속에 인류 문명과 역사에 대한 성찰을 스며들게 함으로써,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잘 그려내었고, 냉철하리만큼 이재에 밝았던 상인들은 수많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차가운 돈의 이면에는 따스함도
공존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역사상 훌륭했던 왕들과 찬란했던 시대에는 언제나 문과 무가 서로 교류하며, 그 힘을
겨루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존재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울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과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며 지은 에세이와 담론 읽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일반 독자들도 편안하게
읽을수 있게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 만 같다. 논문속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어울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지식에 대한 내공이 쌓이면
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그런 점에서는 타고난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 우주의 탄생과 소멸, 생명체와 진화, 살아있는 지구, 그리고 그 종말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은 편안하게 들려준다. 어려운 학술용어와 원자와 전자, 미생물과 같은 익숙치 않은 단어들도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쉽게
이해되도록 구성된 책이다. 어떠한 논리적 구조속에 해답이 있는 것도, 독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한장씩, 한장씩 천천히 읽어가면 된다.
사람은 결국은 죽는다. 영생을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도, 수많은 돈을 모으고, 인기를 누리는 사람도, 사회의 밑바닥에서만 맴돌던
사람들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라고 가정한다면, 죽음으로 향해 달려가는 방법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사연이 많을 것이다. 비록 그 끝은 똑같겠지만...
이처럼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영생을 향한 사람들의 욕심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최근에는 냉동인간을
통해 미래에 발달된 기술로 계속 삶을 영위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하나의 철학적인 물음을 제시한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소멸하면서, 새로이 생겨난다. 피와 세포, 몸의 대부분을 이루는 수분은 일정한 주기로 완전히 새로
교체되곤 한다. 세포 역시 죽고, 다시 채워지는 현상을 반복한다. 지금 우리들의 나이가 30대라면 태어났을때와 동일한 몸의 구성을
이루는 것은 안구정도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멀리 생각해 보자면, 내 몸을 이루는 수분과 탄소 덩어리는 몇천년전 생명체를 이루던
요소였고, 반복되고 소멸하면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몸을 이루던 요소는 미래의 누군가의 구성 요소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금도 우리는 계속해서 영생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으며, 영생이 이렇듯 헛된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면, 과연 우리에게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장기의 기능과 세포의 조직이 기능을 멈추는 순간이 바로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영원한
삶을 산다고 보여지는 투명한 해파리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의 사례를 알게 된다면 조금 쉽게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들의 삶은
인간의 삶과는 다르기에, 그들의 영원한 삶이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어서 저자는 세상의 종말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인간의 죽음만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핵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소행성의 충돌, 벌꿀의 멸종, 지구온난화 만큼 위험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듯 보여진다. 핵무기만큼 위험한 요소로
생화학 무기를 들고 있는데, 인류를 위협한 흑사병, 콜레라, 에이즈 바이러스, 프리온 등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서 서술하고 있다.
책 중반부에는 소행성의 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 시나리오도 소개되어 있는데, 얼마전 인터넷 가십기사에서도 화제가 된 것이니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허구맹랑한 웹 픽션보다는 더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설명된 자료이니까 말이다.
이 외에도 태양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은하수와 블랙홀에 대한 설명,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저자의 시각도 군데군데 설명되어 있다.
특히 각 장의 앞머리에 등장하는 설명들은 쉽게 들어보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나 역시 한번 읽고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마지막 장에는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끈이론이 소개되어 있는데, 내 수준에서는 엄청난 수의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
정도로 밖에 이해하질 못하겠다. 함부로 지껄였다간 쉘든이 화를 낼지도 모르므로..^^
책장을 덮으면서, 죽음에 대해, 그리고 생물의 멸종과, 세상의 끝에 대해 이렇게 담담하게 소개할 수 있는 저자의 글솜씨에 감탄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죽음의 순간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건 일상적인 일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했다. 다이앤 애커먼의 말처럼
"항상 죽음을 준비하라. 하지만 하루하루를 즐겨라"라는 격언을 끊임없이 상기케 했다. 그래, 우주가 먼 훗날 죽음을 맞이한 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이순간 충실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