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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ㅣ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미국 작가인 나는 (지난 24년동안) 기억을 뒤져가며 아메리카에 대한 글을 써 왔는데,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하더라도 기억은 부정확하고 왜곡된 저장고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아메리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풀과 나무와 하수구의 냄새를 맡지 못했고,
산과 강을 보지 못했고, 빛과 색채도 보지 못했다. 나는 책과 신문을 통해서만 변화를 접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나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대상에 관해서 글을 썼고, 작가라는 사람의
그런 태도가 나에게는 범죄 행위처럼 여겨진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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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살아도 그 속까지 다 알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 말 속에 숨겨진 진의를
유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우리가 다 알고 이해해줄순 없는 것이기에
항상 오해와 갈등을 겪는 요소가 되곤 한다.
어디 그뿐이랴. 몇십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간에도 몰랐던 습관과 기억이 있음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고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간에도 서로 모르는 버릇과 감정의 골이 있을수 있으니,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언제나 겸손함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 복잡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서로가 일하는 깊이와 분야가 달라져 각각의 분야가
아니면 상대방의 업무를 이해하고 상황을 고려하기 힘든 현실이 되버렸다. 또한 일분 일초가 아쉬운
상황 속에서 언제나 한발 앞선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잠시나마의 사유를 누리는 것도
이젠 사치가 되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 시간을 판단을 해야 하고, 누군가를 평가하고, 진실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이해했음을 주장하고 피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누군가에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허상을 쌓고
타인이란 존재에 자신만의 논리로 결정을 짓고 결정을 지어버린다.
이 얼마나 우습고도 안타까운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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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의 중심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지성의 한사람이기도 하였던 "존 스타인벡"의 마지막
작품이자, 자신을 있게한 미국이라는 사회를 주제로 써내려간 산문집이다. 시대의 변화와 아픔, 그리고
문제점들을 총체적이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70년대 미국이 처한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2010년대의 한국 사회에 좋은 거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과 유럽에서 이주한 앵글로 색슨계 백인, 스페인계 및 아일랜드 인, 1900년대 이후 미국사회에
입성하기 시작한 아시아계 사람들과 아프리카인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아메리카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수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1장의 후반부에 보여주는 인디언과의 이야기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소소한 판타지랄까...
이어지는 장에서는 미국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 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노예문제와도 얽혀있는 부분이라 조금 민감하지만 저자는 사회문화적 시각으로 접근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예전에 미국으로 넘어와서 살고있는 흑인들은 우성중의 우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서해안에서
비좁은 노예선안에서 생존하였고, 힘든 노예생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스타인벡 역시
이부분을 살짝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그러한 민감한 부분이 사실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노예를 길들이는 방법 4가지를 열거한 부분은 이러한 잔인한 방법이 한때는 역사적 진실이었음을 상기시켜 주는데
이를 통해 아메리카에서 있어서 인종간의 평등이란 지금도 해결중인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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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분노의 포도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처녀의 젖가슴을 낮선이에게 내주는 장면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 나온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그는 한번도 자기 자신이 이 것에 대해 불결한 의미를
지닌적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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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수준이 떨어진 미국 사회를 보며 저자는 아메리카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그 다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단순한 사건을 가지고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져 온 사회상과 총체적 구조와 문화를 바탕으로 서술하는 부분이어서
어떠한 정답도, 아메리카 미래의 명확한 모습도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몇백년간의 아메리카의 역사와 사회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할수 있으리라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