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7세기 루이 14세 하의 프랑스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역자의 말처럼, 대혁명이 일어나기 까지는 아직 100여년이 남은
상황이었으므로,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자유, 민주, 박애와 같은 정신은 몽테스팡이 살던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합스

부르크 왕가와 프랑스 부르봉 왕가와 같은 절대 왕권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왕의 권력하에 정치, 경제, 군사, 문화가 움직였고, 파리에는 왕의

시중과 눈에 들어 출세하기만을 바라는 귀족들이 득실거렸고..

 

 몽테스팡은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몰락한 귀족가문의 핏줄을 타고난 이였다. 자신의 가문에 대한 자존심과 귀족이라는 신분에 얽매인 삶의 태도까지.. 마치, 18세기 몰락하는 조선의 양반 가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미 시대는 변하여, 돈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왕권에 기생하여 절대 권력의

그늘아래 숨어 지내는 귀족들을 멸시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삶을 최고라 여기지만, 실은 별볼일 없는 생산성 Zero의 한심하다고까지 여겨지는 양반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그런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으니, 이름은 아테나이. 처녀성을 상징하는 그리스 여신에서 따온 말인데, 책에서 묘사되는 그녀의 행실과 모습은 역설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욕정이 넘치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나.. 아무튼 이러한 이름을 붙인건 저자의 의도적인 설정일수도

또는 사랑인지, 집착인지도 구분 못하는 안타깝기까지한 몽테스팡의 바램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몽테스팡은 몰락한 자신의 가문을 일으키고, 또 사랑하는 아내와 자라나는 아이들, 그리고 빚에 찌들린 그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울 생각만 한다. 반란군 진압, 투르크와의 전쟁, 에스파냐와의 전쟁 등을 통해 공을 세워보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그의 아내는 그런

그를 한심하다고, 가지 말라고 보채보지만 몽테스팡의 의지는 단호하기만 하다.

 

 여기서도 몽테스팡의 모습은 조선 후기 안타까운 양반의 모습과도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광해군, 효종 이후 당당한 자주 국가를 건설하고 북벌을

주장하던 소신있던 관료들은 모조리 숙청당하거나 지방으로 유배되고, 권력에 기생하며, 자신의 안위만을 도모하는 인간들만 득실거린 조선의 왕실을

피해 숨어버린 양반들. 그리고 그의 후손들은 가문의 몰락과 경제력의 상실, 무능함만 남아 사회의 비웃음거리만 되었던 상황이 마치 몽테스팡과

같았다.

 

 하긴, 그래도 돈을 벌어보라고 보채는 아내를 피해 공부만 하던 양반보다는 그래도 한목숨 바쳐 공을 세워 부와 명성을 다 가져보겠다는 몽테스팡이

더 행동력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한심스러워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아내과 왕실의 하녀가 되고, 또 왕의 성은(?)을 입으면서 상황은 바뀐다. 처음에는 부와 명예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만, 아내는 왕의

아이를 가졌고, 몽테스팡은 분노하게 된다. 문제는 그 분노를 표출했다는 것..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겁탈당했는데 그 어느 남자가 가만히 있겠

느냐만은 상대방은 왕. 그것도 유럽에서도 가장 힘있는 루이 14세였다. 외척과 그의 친구들은 오히려 잘되었다고 하지만, 정의감에 넘치고 아내만을

사랑하는 우리 몽테스팡은 결코 그 분노를 추스리지 못한다.  왕에게 대들기도 하고, 성병을 옮겨 아내와 함께 죽자고 해보기도 하며(이부분을

읽으면서 좀 놀랬다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왕의 행실의 문제점을 소문내기도 하고... 최대한 발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주변의 냉대와 비웃음. 그리고 왕의 처벌과 변해버린 아내의 마음...

 

 누가봐도 몽테스팡이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시대적 분위기는 그리고 그의 한심하고 안타깝기까지한 아내에 대한 집착은 그의 사랑을 한심스럽고

바보같은 오쟁이진 사내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의 집안마저 무너져 내렸고.. 삶의 마지막까지 그는 아내를 기다렸지만, 이미 아내는 루이 14세

의 사생아를 10여명이나 낳고, 또 왕의 사랑만을 갈구하는 탕녀로 변해버렸지만, 몽테스팡은 여전히 그에게 돌아오리라 믿으며, 그렇게 늙어간다.

 

 책의 마지막에는 몽테스팡과 그의 아내의 죽음이 등장한다.

 

 몽테스팡이 불쌍하다고, 그리고 그의 아내가 시대의 탕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냥 그런 현실이 씁쓸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심했고... 블랙 유머와 엽기의 대가라고 불리운 장 튈레의 명성처럼, 결코 유쾌하지많은 않은 그런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