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보낸 일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남쪽에서 보낸 일년. 오랜만에 접해보는 문학 작품이다.

최근에 다시 책을 읽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책이나 쉽게 읽혀지는 잡지를 위주로 읽다보니 감정이 메말라 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설을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 바로 "남쪽에서 보낸 일년"

이라는 책이다.

 

저자 안토니오 콜리나스는 스페인 사람으로 여러차레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명성있는 작가였다. 특히 그의 작품의 어체가 아름답다고

평가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이러한 작품을 한글로 옮겨지면서 그러한 운율감을 느낄수 없게 되는 것은 아쉬움이었다(물론 이러한 문제가

결코 번역가의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살면서 그러한 감정과 느낌의 전달을 온전히 이해하는데는 당연히

무리가 있을수 밖에 없기에..).

 

그리고 역자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솔직하게 "번역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작가의 한글 번역소설을 안심하고 읽을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쉽게 접할수 없는 스페인 문화도 함께 느꼈으면 좋으련만.. 하는 기대감도

함께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서있으면서 변화를 선택해야만 하는 그런 위치..

더군다나 주인공은 새로운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도시와 동떨어진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하노는 이러한 환경에서 고향과는 다른 현실을

접하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하노는 생활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느끼게 되는 쓸쓸한 감정 속에서 마테오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다시 적응해 나간다.

책에서 마테오와 만나면서 느끼는 장면은 무척이나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이는 저자가 시인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았던거

같다. 너무 시적이고 아름다운 표현들은 읽는내내 책속에 푹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다이나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사랑도 느끼게 된다.

 

다이나는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유영했다. 마치 그가 두 눈으로 주시하는 물질 그 자체 같았다. 그녀와의 만남은 섬세한 색깔의

실로 짠 원시시대 직물처럼 돋보였다. 이끼 낀 거친 벽을 기어올라가는 검붉은 색깔의 풍경초와 같은 그녀의 옆모습: 매우 선명하지만

부드러운 입술, 빛나는 검은 눈동자, 희고 가느다란 목. 그녀는 노란 벽으로 둘러싸인 그늘진 정원을 배경으로 언제나처럼 편안하고도 활기찬 자태로 서 있었다.

 

실로 아름다운 표현이다. 예전에 스페인어 문학과 노래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세레나데와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거 같았다. 내가 스페인어를 이해하고 스페인 문학을 원어 그대로 읽을수 있다면 이러한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하노에게 새로운 여자가 등장한다. 마르타라는 육감적(?)인 여성이 나타나 하노의 마음을 뒤흔든다.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속에 항상 등장하는 악녀(?)와도 같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어쨋거나 하노는 그녀를 만나고

갈망하게 되고 결국 관계를 하게 된다.

 

성장기 속의 하노와 순수한 이성과 사랑의 다이나, 그리고 하노가 사랑하게된 마르타라는 성숙한 여인의 삼각구도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고 결국 그날 다이나의 죽음으로 하노는 또다시 아픔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줄거리의 진행과 함께 나타나는 시적인 표현과 서술들은 내용과 어우러져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느낌은 예전에 "굽이치는 강가에서"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한번은 겪어야 할 젊음의 성장통속에서 하노는 더 성장했을까..

아니면 다이나를 죽게한 자신의 잘못을 책망하며 길을 잃은채로 헤매이고 있을까...

 

 책의 마지막 표지에는 예술과 삶, 사랑에 관한 모든 테마를 다룬 성장소설이자 미학에 관한 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예술을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본다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의 일부를 다룬 이야기라고 봐도 될거 같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창시절을 비춰볼수 있는 그런 거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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