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볼리바르 - 남미의 해방자, 다섯 국가의 아버지, 비운의 혁명가
기예르모 안토니오 셔웰 지음, 이만휘 옮김 / 행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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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워싱턴이라고 알려진 '시몬 볼리바르'의 생애를 다룬 책 한 권을 읽는다.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한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 중남미 대륙의 역사까지도 아우르는 종합적인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삽화와 지도가 풍부하게 들어가서 좋았는데, 지도라고는 후대에 와서 거의 만들어졌다고 보면 될 정도의 우리나라 역사서가 갑자기 대조된다.

영화 아포칼립토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음의 위기로부터 겨우 탈출한 원주민 뒤로 스페인 함대가 다가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원주민들에게는 그것이 또 다른 위험이자 새로운 역사의 시작임을 꿈에도 몰랐을 터. 얼마 되지 않아 저 넓은 아메리카 대륙은 영국령과 프랑스령 그리고 스페인령 중남미와 포르투갈 땅으로 갈라졌고, 크리올과 메스티소를 비롯한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공간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의 부유한 크리올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순혈 유럽인과 원주민 사이에 끼어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1800년대 초 나폴레옹 전쟁을 계기로 크리올 엘리트들은 제1공화국을 수립하지만 내부 분열로 실패하고 내부적으로 성숙한 사회 제도와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드디어 그란 콜롬비아라는 나라가 세워지지만 이 역시 독립 세력 간의 갈등과 입장 차이 등으로 인해 여러 국가로 분열되고 만다.

해방자에서 비운의 독재자로, 자유로운 제도가 전제주의로 퇴화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볼리바르의 생애와 그 역사적 배경에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분열의 모습과 그 미래와 과거까지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어떠한지를 결과론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일부 유럽 중심의 역사서와 세계관 속에서 헝가리 제국, 불가리아 제국, 보헤미아 왕국과 같은 동유럽 국가들과 정복자 정도로만 남겨져 있는 동북아시아 국가 - 우리나라 역사와도 매우 가까운 - 들의 이야기, 그리고 원주민과 이방인의 삶과 역사가 어우러진 아메리카 지역의 이야기들을 다룬 책이 이렇게 자주 출간되어 반갑다는 문구를 기록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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