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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평점 :
유연근무제로 조금 일찍 마치게 되었다. 날도 좋고 해서 세차장에 들렸다가 가기로 한다. 타월로 간단하게 남아있는 물기를 제거하고 집에 와서는 청소를 했다. 거실과 각 방들의 창문을 모두 열고 오래된 디퓨저와 스틱도 교체했다. 침구류와 옷장에는 페브리즈를 조금씩 뿌려주었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파닭 한 마리도 주문한다. 조금 있으면 야구 중계 시간. 베란다에 널려있는 와이셔츠와 치노팬츠를 걷어서는 이따 야구를 보면서 다리기로 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던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런 순수한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이야기다. 앨리스가 토끼굴을 따라 들어가 만나는 기묘한 세계는, 마치 현실의 규칙이 뒤집히고 상식이 흔들리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징물들 — 시간에 쫓기는 흰토끼, 권위적인 여왕, 뒤죽박죽 말장난을 일삼는 다양한 생명체들 — 모두가 현실 사회의 질서나 고정관념을 비틀어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았다.
그 속에서 앨리스가 자신을 찾아가고 되돌아보듯이 나 역시 어릴 적 호기심 많고, 이러 저리 놀러 다니던 모습이 잠시나마 떠올랐다. 어른이 되어 점점 잊혀가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앨리스의 혼란스러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어쩌면 이상한 나라 못지않게 불합리하고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바로 그 안에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용기가 진정한 성장임을 이 책은 말해주는 듯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래서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세상을 탐험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모험의 안내서라고 느껴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면서 가장 강렬했던 점은 바로 이야기의 자유분방한 언어유희와 기묘한 상징들이었다. 현실의 규칙을 거침없이 비트는 앨리스의 세계는, 마치 삶과 자아를 새롭게 질문하게 만드는 실험실 같았다.
이런 앨리스의 매력은 대중문화 속에서도 오랫동안 재해석되어 살아 숨 쉬고 있는데, 가령 아이유의 〈스물셋〉은 “난 아이가 아니에요”라고 선언하면서도, 앨리스가 성장의 혼란을 겪듯 스스로의 정체성을 시험해 보는 모습과 닮아 있고, 매트릭스 4의 엔딩곡 〈 White Rabbit / Jefferson Airplane 〉 역시 원작의 환각적이고 뒤틀린 세계관을 빌려 현실을 벗어나는 상징을 차용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