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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마음 - 문화예술 변호사 박주희의 예술 같은 나날들
박주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정고요나 작가님의 그림책이나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 듯싶어 찾아보니 정말 작가님의 작품이 표지 그림으로 사용된 거였다. 24년작 <내가 보는 세상>이란 작품이라고 하는데, 출판사도 마로니에북스이기도 해서 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박주희 변호사인데 2010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현재는 문화 예술 관련 변호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런 인연이 되어 이 책을 출판하게 되신 게 아닐까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던 콘텐츠나 일상의 순간들이 많이 비슷한 것 같아서 괜히 반가웠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여러 세대의 취향과 스타일이 중첩되고 또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무언가가 더 세분화되고 있는 이때 이렇게 나이와 공간을 떠나 유사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친구들과 가끔씩 만나 옛날이야기를 서로 떠들어대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수시로 고객들과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전문적인 능력을 항상 갖춰야만 하는 전문직으로서의 애환(?)과 어려움이 책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그런 저자를 잘 보듬어주고 계속하게 도와준 무언가가 바로 문화 예술이 아닐까 싶었다. 또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라도 일거리가 되는 순간 힘들고 귀찮아지는 건 대부분 비슷하지만 그래도 그냥 일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저자 역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었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선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납작하게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무겁게 짓누르는 걱정거리 때문에 현재의 사소한 즐거움과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자 한다는 말은 지극히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실제로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지점이다. 자꾸 웃으려고 하고, 좋은 생각을 자주 하려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등장 이후로 법조계에 변호사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면서 벌어지는 직업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걱정도 책 곳곳에 등장한다. 이는 전문직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무언가를 계속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길이 열려 있다는 사실. 저자 역시 그런 걱정거리들을 업무를 하면서 하나하나 극복해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쩌면 서로 다른, 꽤나 상이한 무언가를 넘나들며 일을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힘들겠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많이 부럽기도 했다. 나 역시 회사 업무를 하면서 또 일상을 살아가면서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하기는 하는데 이게 나중에 보면 꽤나 든든한 무언가로 내 뒤를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책 제목인 <계속하는 마음>이 지금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