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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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정남향이다. 뭐 정확히 자로 잰 건 아니지만 햇살이 정말 잘 들어온다. 층수도 적당해서 높이감을 느끼면서도 고층의 위험(?)도 적은 듯하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면 이 장점이 더 두드러지는데 아침에 블라인드만 걷어두고 가면 저녁에 들어오면 꽤나 포근해진다. 역시 일단 사람은 밝은 곳에 살아야 하나 보다 싶다. 아니면 최소한 밝은 정신 상태나 마음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읽은 책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이라는 사람이 지은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라는 책이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는데, 기존에 기후변화를 다룬 책들이 경제적 위기나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공간에 대한 걱정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사람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어쩌면 몹시 당연한 걱정임에도 한동안 우리는 기후 위기가 가져올 변화 양상의 다른 분야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었나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카드뮴이나 수은에 중독되어 나타나게 되는 대표적인 공해병, 이타이이타이병이나 미나마타병. 그리고 탄광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이 걸렸던 진폐증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조금 더 크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에 대해 언급한다. 바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야기하는 정신적 질환에 관한 것들이다. (물론 앞서 말한 독성 물질에 따른 위협도 소개되고 있다)

일단 온도의 상승은 인간의 폭력성을 높인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자제력을 상실케하고 나아가 각종 정신질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알베르 카뮈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날씨에 대한 작품 속 서술까지 언급하며 이를 심각하게 논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인간의 자제력인데 이러한 자율적 통제만으로도 기후 변화가 가져올 충동적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는 퀘스천이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라 불리는 뇌를 먹는 아메바, 황열병, 광견병도 기후 변화에 따라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후 질병들이다. 문제는 이런 질병들이 경제력에 따라 그 피해와 확산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 예상한 대로 저소득 국가나 빈곤층이 이들 질병에 더 잘 노출되고 또 취약하다는 게 문제다.

외상 후 스트레스, 과잉 반응, 기억력 상실 등도 과학자들이 밝혀낸 기후 변화에 따른 대표적 피해 사례다. 전적이지는 않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거나 그 피해를 더 증폭시킨다는 사실. 적정 범주의 예측 불가능성, 지나치지 않은 적절한 공감대 형성, 통제력과 자제력 그리고 이를 유지하게 하는 경제력이 앞으로 우리가 갖춰야 할 요소 중의 하나다.

기후라는 단어는 통계적 서술을 그리고 평균적인 날씨를 의미한다고 한다.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기에 우리는 기후 변화를 상당히 추상적으로 느끼곤 한다. 매일의 날씨는 변하고, 심지어 시간에 따라서도 시시각각 그 양상을 달리하기에 상당히 혼란스럽지만 기후라는 용어는 이를 안정감 있게 설명해 준다. 문제는 이 기후조차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기후가 변화하면 우리의 삶과 신체, 정신마저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점진적인 발전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기후의 점진적인 변화는 우리가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사멸(?) 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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