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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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 님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읽었다. 우리에게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나는 이름만 들어봤기에 사실상 이번에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두꺼웠고 다루고 있는 주제 역시 쉽지는 않았기에 생각보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던 책이기도 하다. 평론의 말을 빌리자면 대표적인 구도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나에게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나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우리나라의 전통적 버전으로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본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처음 이 소설은 <비구니>라는 영화 제작과 함께 추진된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자세한 내막은 서로의 말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영화는 임권택 감독이, 책은 저자가 불교 월간지에 연재하면서 일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영화 <비구니>는 중단 - 후에 부분 복원판으로 개봉되었다고 한다 - 되었지만 글은 연재한 것을 묶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출간되었다. 참고로 책 제목인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범어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자는 깨달음을 향한 발걸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은선 스님의 두 제자 진성과 순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승이 된 진성과는 달리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순녀는 진성과는 달리 절을 떠나 속세 여기저기를 떠돌게 된다. - 참고로 영화에서는 강수연 배우님이 순녀 역을 맡았다. - 이미 순녀는 아버지의 입적과 학교에서의 선생님과의 그릇된 소문 그리고 안 좋은 일도 있던 터였기에 절 생활도 쉽지 많은 않았다.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또 다른 누군가와는 동거를 하지만 그의 죽음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은선 스님이 열반에 이를 무렵 순녀는 다시 절에 돌아오지만 절의 다른 여승들로부터 외면당한다. 하지만 스님의 사리를 받은 것은 바로 순녀였고 은선 스님이 진실로 마음을 준 건 바로 순녀가 아니었다 생각된다. 그리고 순녀는 은선 스님의 사리를 챙겨 다시 절 밖으로 속세로 나아간다.

단편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 각 단락마다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기가 수월했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만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조선말 이야기 그리고 어렸을 때 읽었던 국문학에서의 모습들도 등장해서 불교 소설이라는 점이 낯설지 않았다. 삶은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지만 결코 거기에 함몰되어서는 안되며 계속해서 깨달음을 배워가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주는 것 같았다.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꿈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진리와 같은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방편 그 자체를 진리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넘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깨달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참된 자유인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느낀 니체와 카잔차키스의 향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음에는 한강 작가님의 책 두 권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으로 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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