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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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제목이 꽤나 맘에 들어서다. 또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꼰대가 될지도 모를 나이가 되었고, 요즘 들어 이전 세대의 상징물들이 자칫 잘못하면 희화화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던 책이다. 하나 더 꼽자면 수수한 느낌의 표지 디자인. 인터넷 사진은 그냥 그런 것 같긴 한데 막상 받아보니 색감과 띄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의 저자 샤를 페팽은 73년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 X세대다... -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철학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철학 교수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이자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기억과 추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과거를 솔직히 받아들이고 마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우리가 많이 놓치는 지점들을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기억과 추억은 둘 다 지나긴 일과 경험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추억에는 기억과 연관된 감정이 더 깃들여 있다는 점을 체크해두고 읽으면 되겠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를 구성하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현재는 통과만 할 수 있기에 우리가 삶을 나아갈수록 경험은 더욱더 풍부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중요한 건 과거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과거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거. 목표만이 앞을 비추는 게 아니라 어제의 사실도 앞으로 나아갈 빛이 된다는 것을 잘 생각해 봐야겠다.

누구에게나 프루스트의 마들렌이 있다고 한다. 나도 읽다가 중단한 것으로 기억되는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마들렌은 과거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프루스트에게는 마들렌이 자기만의 레미니상스였나 보다 싶다. 나에게는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는 무엇이 레미니상스일까. 힘이 되고 새로운 원동력을 가져다주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떠올리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햇살 좋은 어느 날의 골목길이라든지, 이제는 사라져버린 동네 큰 서점에서 노닐던 시간이라든지, 어른들 몰래 친구들과 놀러 갔던 산속 개울가처럼.

억지로 잊으려 할수록 더 각인되는 게 기억이라고 하다. 트라우마가 그렇고 좋지 않은 추억들이 그렇고 삶에 크나큰 충격을 준 사건들이 그렇다. 나의 경우 가장 최근의 일을 떠올리자면 몇 년 전 고속도로에서 불타던 버스에서 탈출(?)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뭐 그렇게 큰 타격이 없는걸 보니 많이 무뎌졌나 싶기도 하다. 고통에 견디는 힘이 클수록 나르시시스트일 확률이 높다는 기사를 오늘 아침에 문득 지나치듯 봤는데 이건 뭐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나르시시스트다는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겠다 싶을 정도다.

읽는 재미가 좋았다만 경평 워크숍 등으로 회사에서도 바빴고 집에서도 과제로 인해 조금 급하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읽으면서도 확실히 좋은 글귀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시간을 내서 주말에라도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다. 카페나 조용한 공간에서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는 멘트를 남기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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