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세상에서 사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이동연 편역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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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토익 시험을 쳤다. 시험을 신청하고 나서 추석 때 그리고 주말 틈틈이 E 러닝 교재로 한두 번 이상 문제풀이는 하고 시험을 쳐볼까 했지만, 결국 이번에는 정말 순수하게 시험만 치고 왔다. 특히나 맨 마지막 독해 지문 3묶음 부분에서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다음에도 시험을 쳐봐야 하니 '파트 7' 이 부분을 많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원래 추석에 한번 회독하기로 - 결국에는 마음만 먹었던 - 한 보카 책도 10월의 휴일을 활용해 꼭!!! 돌려보는 것으로.

최근에 읽은 도서 기준으로 세 번째 아포리즘발타자르 그라시안<세속적인 세상에서 사는 지혜>라는 책을 읽었다. 생각해 보니 발타자르라는 이름이 동방박사 중의 한 명인데, 들을 때마다 고구려의 삼족오가 떠오른다. 동방에서 왔다고 하니 삼 조선, 마한과 진한 그리고 변한도 떠오르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숫자 3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던 모양이다. 참고로 에반게리온의 인공지능 컴퓨터 마기에서는 어머니를 상징하는데, 뭐 아무튼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니체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책을 두고 이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인생 지침은 지금껏 만나지 못했다고 하는데, 후에 헤르만 헤세 역시 니체의 사상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던 것을 떠올린다면 크나큰 진리의 흐름은 어떻게든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대한 니힐리즘에 빠져 있는 듯하면서도 - 책 제목처럼 - 누구보다도 더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가르침을 알려주는 그라시안의 아포리즘은 항상 많은 무언가를 전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겨둘만한 문구가 많다. 너무나도 세속적인, 책 제목처럼 너무나도 노골적인 문구는 스킵 해 두고 - 책을 구매해서 읽을 독자들을 위해서도 - 공감될만한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울림을 준 문구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우정이란 따뜻한 가슴에서 나오는 진실한 혀 외에 다른 마법은 없다. 어떤 일에 자꾸 예민해지거나 신경이 곤두선다면 먼저 심호흡부터 하자. 시대 변화에 따라 하는 일이 소멸되고 있다면 그 일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일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경쟁해서 얻는 승리는 필연적으로 증오를 잉태하며, 한수 가르쳐 준다는 방식보다는 아는 걸 회상하게 해준다는 방식으로 접근하자. 또 가끔 일어나는 충동의 순간들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면 안 된다. 애정에는 매너가 표현에는 즐거움이 스며들도록 노력해 보자. 상대가 좋은 말을 한다고 너무 믿지 말고, 근거 없는 싫은 말이라도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잘 들어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사람은 내면이 더 중요하며, 반감보다는 공감을 얻고자 노력하고, 천천히 서둘러라는 조언도 기억해 두면 좋겠다!

풍족할 때 미리미리 준비하고, 항상 어디서나 좋은 무언가를 이뤄가도록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대다수 사람들이 지키지 못하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하소연할 시간에 자립하고, 무언가와 자연스러울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무언가를 잘 정리하고 요약할 줄 아는 능력은 모든 일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해야겠다.

어리석은 자 앞에서도 잘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비열한 속임수를 반복하는 사람은 결국에 언젠가는 그 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면을 드러내고 찾아내며,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어떤 일에서든 위안을 찾아라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어려운 일은 쉽게, 쉬워도 어려운 것처럼 풀어낼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분노가 치밀어도 태도만큼 온유하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도 갖추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발타자르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중용의 덕, 중도의 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는 짧은 평을 남기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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