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감수, 서희경 옮김 / 소보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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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과 후배들을 만났다. 맛집도 가보고 예전 동네도 둘러보았다. 거의 삼십 년이 지났지만 옛 병원과 학원, 영화관과 건물들이 흔적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어렸을 때는 거리도 길게만 느껴졌고 건물도 커 보였는데, 지금은 금방이라도 다녀와도 될 위치에 있었다.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카페에서 책도 보고 치노팬츠와 같은 기본템들도 몇 개 샀다. 예전보다 옷의 질감이나 디테일이 좋아진 것 같아 니트류와 가볍게 걸칠 수 있는 블루종도 하나 샀고.

쉬면서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었다. 원서 완역본은 아니고 그림과 함께 쉽게 풀어쓴 입문서라 보면 되는데, 일본의 교토세이카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학자로 활동 중인 시라이 사토시가 감수한 책이다. 일단 자본론을 읽기에 앞서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면 좋은데, 마르크스는 우리가 알다시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이었으며, 인간의 활동과 노력이 개입된 경제 물질적 생활관계를 역사의 원동력으로 보는 유물사관에 입각해 있으며, 엥겔스에 의해 자본론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상품이란 교환을 통해서 그 가치가 증명되는데, 이는 노동에 기초한다고 보는 게 마르크스의 입장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 거래되면서 인간관계는 실종된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여기서 화폐가 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본은 끊임없이 가치 증식을 하게 된다. 참고로 이 부분은 과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도 강조한 내용이다. 이어서 잉여가치와 같은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결국에는 노동력은 착취당하고 돈에 의해 지배당하는 구조로 사회가 바뀌어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 재생산 비용과 같아질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가 팔 수 있는 상품은 노동력밖에 없다는 사실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산업혁명 시기의 도시 노동자들의 어려운 삶과 이에 대비되는 상류층의 삶을 문학 소설과 각색된 고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한 불필요한 생산, 정말로 소비자에게 효용이 되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자본 증식을 위해 생산되고 소비되어야만 하는 상품들과 환경 오염 등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 가능발전 목표(SDGs)나 ESG, 지속 가능경영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배경을 제공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환경 오염과 같은 이슈뿐만이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의 비인간적 요소와 실질 임금의 하락, 모든 가족 구성원의 노동 참여,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약화 등도 사회적 관점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마르크스가 비판한 당시와는 다르지 않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보다 더 큰 AI 혁명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지금보다 더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상은 다르지만 마르크스가 언급한 경제적 문제의 배경이 되는 각종 요인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여전히 자본론이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이라면 분명 조금 어려웠을 텐데, 요즘에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더 잘 다가오는 것 같다. 자본과 생산요소, 가격 결정과 같은 내용들이 그림으로 쉽게 표현된 탓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개념이 머리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마르크스는 - 내 생각에는 엥겔스의 생각이 더 크지 않을까 싶지만 -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혁명과 같은 방법을 주장했다. 우리는 - 아직은 선언적이긴 하지만 - 지속 가능경영과도 같은 새로운 방법론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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