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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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는 한국에서는 <인간 실격>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 쇼와 시대의 소설가이다. 쓰시마 가문의 사람으로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며, 지역 유력 정치인 가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유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공부도 잘한 편이었고, 학창 시절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1930년에는 도쿄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했는데, 참고로 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의 한민족 말살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확정적 패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고.

조선의, 한국의 근현대 문학가들이 요정에서 많은 사랑을 꽃피운 것(?)처럼 일본의 지식인들도 비슷하게 그랬던 것 같다. 미디어 콘텐츠와 관련 서적을 조금만 찾아봐도 알겠지만 다자이 오사무 역시 게이샤들과 많은 연분이 있었다고 한다. 또 그녀들과는 여러 번 약물 중독과 자살시도에 빠지기도 했고. 이번 작품집에서는 빠졌지만, 우리에게도 유명한 소설 <인간 실격>에도 본인의 이야기가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존경하는 선배 작가이기도 한 <아쿠타가와 상>을 여러 번 노렸지만 결국에는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 와중에 벌어진 일종의 촌극(?)들은 와전되고 부풀려진 것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그 역시 같은 사람이었고 인간은 누구나 힘과 명예, 그리고 돈을 원한다는 간단 명료한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그 상은 못 받았지만 지금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이며, 많은 세계문학 전집과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의 명성을 가졌으니 어느 정도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 X 청춘>에는 총 열두 편의 단편이 등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청춘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활발히 활동한 시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여물지 않은, 여전히 어긋나고 삐거덕거리는 상태를 말이다.

첫 번째 소설인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에서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젊은 임대인으로서의 주인공과 말만 그럴싸하고 월세는 한 번도 내지 않는 세입자 세이센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 조금은 유쾌하기까지 한 -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약 육십여 페이지의 짧은 글이 끝날 때까지 확실한 건 보증금은커녕 월세도 받지 못한 주인공의 모습과 허세가 깃든 악성 세입자의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서 가져온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한 단편 소설인데 교훈적이며 정제된 글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믿음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만화로도 소개되었으며,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으로도 출간되었다고 한다.

또 지금으로 치면 소시민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표현하면서, 스스로도 역시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란 여운을 남기는 <한심한 사람들>과 한 여성 독자의 글을 그대로 붙여 넣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여학생>이라는 작품도 눈에 들어오는 단편들이다. 개인적으로 <여학생>은 그 나이대의 여성이 아니면 쓰기 어려운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 더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 작품이기도 하다.

북다(교보문고)에서 출간된 이번 청춘 시리즈는 다자이 오사무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들을 젊은 사람들이 조금은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디자인도 깔끔해서 SNS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또 가볍게 조금씩 끊어 읽어도 좋기에 다른 독자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사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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