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날
이나 소라호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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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은 시간주로 트레드밀을 뛰었다. 약 50분 정도. 가급적 자세를 바로 하고, 지치지 않을 수준으로 속도를 서서히 올려가며 말이다. 이렇게 조금씩 산소통을 늘려가면서 페이스도 올리면 올해 말에는 세 번째 풀코스를 도전해도 될 것 같다. 기록 경신도 함께 :)

오후에는 캡슐커피를 한잔 내리고, 유튜브에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골라서 들었다. 그러면서 어제 못다 읽은 책을 마저 읽는다. 제목은 <특별하지 않은 날>. 저자는 이나 소라호라는 시즈오카현 출신의 만화가인데 평범한 일상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을 트위터에 연재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SNS에서 큰 인기와 공감을 얻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림체나 스토리라인이 어렸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는 듯한 일본 특유의 따스한 만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시모토 아이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가족마저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삶이 - 내면을 가득 채워가면서 - 잔잔하면서도 따스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같이 살고 있는 대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위트 있게 펼쳐진다. 매일매일 일어날 수 있는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날을 세우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극단으로 몰아붙이지도 않고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넘겨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또 누구 한 사람만이 주연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루하루의 사건(?) 들에 있어서 각각의 주인공이 되고 잠시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시선을 받거나 시끌벅적한 이벤트로 가득 차 있는 게 아니라 오래된 사진첩을 가족 모두가 함께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듯이 말이다.

아내와 가족을 위해 초콜릿을 고르는 장면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젊은 가게 점원과 이런 걸 어려워하는 중년 남성이 도움을 받는 모습이 엮어 있고, 아이 머리를 따주는 모습에서는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가 두 세대에 걸쳐 잔잔하게 그려진다.

요즘 인터넷에는 - 다들 현실의 고단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 이렇게 평범한 장면을 보면서도, 남녀평등이 어쩌고저쩌고, 남자는 뭐 하고 있고 여자만 일하고 있느냐, 노인 공경부터 시작해서 세대 간의 갈등까지 기막힌 논쟁거리가 생성되는데, 다들 한 번쯤은 한 템포 정도 늦춰가면서 그냥 편안하게 대화하고, 일상의 유머러스함을 약간이라도 남겨놓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특별해야지만 이야기가 되고, 무언가 중요한 게 되는 건 아닌 듯싶다.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일상들이 결국에는 우리의 모든 것을 만드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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