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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평점 :
오랜만에 서울에 다녀왔다. 첫날은 익선동 근처에서 묵었는데, 종묘 담벼락 옆으로 예쁜 술집들이 많았다. 편의점과 거리에는 외국인들도 많았고. 다음날은 마라톤 10km 코스를 뛰었다. 장소는 하남 미사리였는데, 신도시 호수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었다. 기록은 50분 26초. 7km 구간에서 조금 힘이 들었던 모양인데, 그래도 마지막 1km 구간에서 다시 속도를 내서 기록을 얼추 맞추었다. 등수를 보니 153등. 보통이면 200등 전후일 텐데, 날이 더워 그런지 다들 기록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리를 옮겨, 숙소를 잡고, 저녁에는 경복궁 근처 술집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아까 커피빈에서 내꺼 사면서 같이 구매한 유리 머그도 하나씩 선물했다. 사이즈도 크고, 두께감도 있어서 좋아 보였던 머그잔인데 심플한 디자인이 맘에 들었다. 내려오는 날에는 따로 약속이 없어서 넷플릭스로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봤다.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간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색감과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애프터썬> 다음으로 괜찮았던 영화.
오늘 쓰는 리뷰는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 작품집이다. 총 다섯 개의 단편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기 좋았던 책이다. 요즘에는 민음사와 문학동네 문학 전집에 꽂혀 있어서, 아무래도 조금은 더 가볍게 읽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신선한 재미를 느꼈던 글들이다.
첫 번째 작품인 김민경 님의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마법 소녀와 마법사라는 존재들을 요즘 감각으로 재미나게 풀어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어야만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고, 같은 MZ끼리의 갈등(?) 속에서 풀어내는 마법사의 성장(?)도 눈에 들어왔다. 다만 단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글에서 많은 걸 다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글을 심사했던 평가 위원님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 글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나 장편의 연재물이 기대되는 단편이었다.
김호야 님의 <내림마단조 좀비>와 이리예 님의 <슬롯 파더>는 요즘 시대의 모습을 연결시키면서도 각 작품들의 색깔이 눈에 띄었다. 콘텐츠로서의 좀비물은 많이 식상해졌지만, 이를 노동력으로 활용한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심사위원분들의 평가 역시 좋았고. 카프카의 변신에서 영감을 얻었던 게 아닐까 싶었던 슬롯 파더 역시 흥미로운 글이었다.
남은 두 글 역시 재미있었다. 다만, 앞선 세 작품의 강렬함보다는 잘 쓰인 글을 읽을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던 같다. 아무래도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공모전의 특성상 장르 문학에 더 방점을 두고 심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경우 소재의 참신성이나 뻔한 주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풀어나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맨 뒤편을 보니 올해 스토리 대상 공모전도 지난 4월 8일부터 오는 6월 10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지원해 봐도 좋을 듯싶다. 운이 좋다면 수상을 넘어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수도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