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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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경평 워크숍이 있었다. 한 주간 보고서를 쓰고 자문도 받는 시간이다. 내가 맡은 지표는 남들보다 분량이 더 많은 편인데, 증빙자료 등도 포함된 별도 보고서를 작성하는지라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또 보고서에 들어갈 내용(행사 등) 또 직접 만들어야 하고, 관련 제도도 개선해야 하는지라 평소에도 미리 이것저것 준비해야 한다. 이 지표 기준으로 올해 벌써 3년 차인데, 해마다 더 많은 콘텐츠와 실적이 추가되고, 또 한글 편집 디자인도 나아진 것 같다는 '자체 분석(?)'을 해본다. 하긴 3년간 이 보고서만 썼는데, 예전보다 조금은 더 나아져야 되는 건 당연한 일. 예전 재무 업무도 그랬고, 동반성장도 업무도 그렇듯이 뭐든지 하면 반드시 남는 게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아침 운동을 끝내고 와서 '싯다르타'를 마저 읽었다. 최근에만 같은 작품으로 두세 번은 읽은 것 같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싯다르타'도 좋았지만, 이번에 읽은 열림원의 '싯다르타'도 좋았다. 같은 작가의 같은 작품을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읽은 셈이다. 덕분에 좋은 글을 한 번 더 마음속과 머릿속에 새겨둘 수 있었던 것 같고.

'데미안'에서도 그랬지만, 헤세는 확실히 동양 철학의 영향을 깊이 받은 듯하다. 아니, 그의 신앙이나 철학의 구원의 손길이 마치 오리엔탈에 위치해 있는 것처럼 작품 속 저 밑이 깔려있는 것 만 같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통의 윤회나, 신과 악마는 어쩌면 하나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독교에서는 불경스러운 무언가일지도 모르겠지만, 헤세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진실의 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 싯다르타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책 속의 모습처럼 고귀했던 신분(?)을 집어던지고 세상에 나와 다양한 경험과 고난, 그리고 성찰의 시간을 보낸 것은 분명했을 듯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싯다르타는 더욱 단단해진 내면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갖게 되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옮긴이의 말처럼 싯다르타는 처음에는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수행을 중요시했고, 다음에는 반대로 삶과 육체를 직접 부딪히며 무언가를 깨닫고자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모든 것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차별 없이 공존하는, 모든 것이 하나 되는 단계를 경험한다. 마치 헤겔의 정반합의 논리처럼.

헤세의 믿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로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리고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들 속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 역자는 구원이라는 단어까지 빌려 가며 그의 작품을 논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그럴 능력은 없다. 다만 싯다르타의 이야기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남긴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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