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ian 데미안 세트 - 전2권 - 영문판 +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 반석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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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눈이 내린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자동차 보닛에 하얀 무언가가 살짝 쌓여있다. 어쩐지 어제부터 바람이 심하고 조금 춥다 했다. 금요일 오전. 나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롱패딩을 꺼내 입을까 했는데 말이다. 덕분에 내려오는 길에 감기에 걸린 듯하다. 특히나 목이 심하게 부었다. 약을 먹고 나니 조금 낫다. 몸이 조금 가라앉은 느낌인데, 2~3일만 지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새벽에 내린 눈이 좋은 것 같다. 아침 골목길의 공기가 상쾌하다. 하늘에 걸려있던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쓸어내린 듯하다. 약간 춥지만 오히려 좋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마저 밝아 보이는 아침이다.

열차 안에서 보던 '데미안'을 마저 읽었다. 반석 출판사에서 펴낸 영한 대역 시리즈의 열세 번째 도서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자, 미국 대학위원회의 권장도서이기도 한 '데미안'은 알을 깨고 나오는 아브락사스로도 유명한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니 만큼 그에 따른 해석과 평론도 다양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부지런히 연마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점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헤세는 프롤로그에서 내 진정한 자아가 이끄는 대로 조화롭게 살고자 함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고 말한다. 그의 또 다른 책인 '싯다르타'와 '크놀프'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어쩌면 전적으로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그는 평생 고민하고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이란 데몬을 나타낸 것일까? 보통 악마를 데빌로 표현하는데, 데몬은 인간이 아닌 정령을 표현하는 의미로 더 가깝다고 한다.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삶의 투쟁 속에서 결국 데미안과 상징적으로 합쳐지는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우리는 데미안을 어떠한 길로 인도하는 수도사이자 선구자(?)로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 아브락사스는 그리스 영지주의자들의 신비로운 의미를 상징하는 말인데, 그리스 문자로 365일을 표현한다고 한다. 신성과 마성, 선과 악을 모두 갖춘 신비로운 존재인 아브락사스(ΑΒΡΑΣΑΞ)는 수탉의 머리를 하고 뱀 모양 위 발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고대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성스러운(?) 존재의 모습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문득 헤세는 - 그 당시 기준으로 - 이교도였던 걸까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선교사로서 기독교 신앙 뿐만 아니라 동양적 정신세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또 수긍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단한 노력과 꾸준한 연습, 선과 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과 갈등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계속된 투쟁과 열망. 스스로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과의 연대와 결속까지. 헤세는 실로 이러한 많은 가치들을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의 경험을 빌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스스로 확신하는 힘이 있다면 더이상 끌려가지 않고, 끌어당기기 시작한다는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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