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
존 셀라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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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난주보다는 좀 낫다. 한동안은 폭염 때문에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해마다 무더위는 있었지만 보통 2주 정도 덥다가 장마나 큰 비, 그리고 선선한 바람 등으로 바뀌면서 좋아지곤 했는데, 올해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아니 넘게 지속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에어컨도 하루 종일 틀어 봤고, 찬물로만 샤워해도 춥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이니. 다음 주도 여전히 한낮 온도는 30도를 넘는다고 한다. 휴일에다가 휴가도 끼어 있어서, 밖으로 나가봐야 하겠지만 이런 더위에는 시원한 실내 휴식이 제격일 수밖에 없다.

나주로 다시 내려온 지 칠 개월이 지났다. 올해 목표 중 하나였던 영남알프스 9봉도 완등했고, 주택관리사 1차 시험도 합격했다. 헌혈도 곧 50회를 채울 예정. 무더위와 컨디션 난조(?)로 러닝 대회는 패스했지만 뭐 다시 조금씩 거리 수를 늘리고 있으니, 조만간 새로이 도전하는 것으로.

이번에 읽은 존 셀라스가 지은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은 '행복한 삶'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에피쿠로스 학파를 말하면 보통은 술과 육체적 욕구, 쾌락 등의 즐거움을 떠올리곤 하는데, 실제로는 단순한 즐거움에 기반을 둔 소박한 삶, 정신적 평정에 이르는 상태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즐거움, 행복함이라는 단순한 단어로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그 결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인 셈이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이상적인 삶은 육체적 욕구의 충족보다는 모든 정신적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건강, 영혼의 위생, 차분한 평정심이 중요하며, 이에 다다르기 위해 우리들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최고의 쾌락은 육체적인 관계도 아니고, 값비싼 음식과 물건들도 아니라, 바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좋은 집, 멋진 자동차, 여유로운 통장 잔고도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단순한 삶을 통한 자족감(스스로를 넉넉하게 여기는 느낌)이며,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철학적 사고와 함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와 주변인들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느 정도의 결점을 눈감아 줄 수 있으며, 약점과 실수는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는 그런 미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마음의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그냥 즐겁다는 단순한 기쁨도 중요하고.

지금도 여전히 회사를 다니며, 남는 시간을 이용해 자기 계발도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매 순간마다 소박하면서도 이유 없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무의미한 걱정, 기쁨과 즐거움의 유예만큼 우리를 갉아먹는 것도 없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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