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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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나주로 다시 내려가게 되었다. 짧았던 1년간의 춘천 생활도 안녕이다. 지난 주말에는 왠지 맘이 싱숭생숭해서 여기저기를 다녀보았다. 소양호까지 드라이브를 가서 배를 타고 청평사에 들렸고, 언젠가 한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던 카페에도 들렸다. 한동안 좋아했지만 읽지 못했던 초고대 문명 관련 책도 읽었고, 주섬주섬 차에 실을 짐도 정리했다. 그리고 나서 뒷자석을 눕히고는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오늘은 업무인수인계 자료를 만들고, 마지막 사택 계약도 끝냈다. 이제 춘천 안녕, 다시 나주 시작이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한권 있어서 지난주 토요일에 마저 다 읽기로 했다. 제목은 <퓰리처 글쓰기 수업>. 퓰리처상 심사위원이자 잡지사 편집장이기도 한 잭 하트가 쓴 책이다. 소설이 아닌 논픽션 분야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보면 되는데, 총 열 네개의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역자인 정세라 씨는 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하는데, 그 중심에 바로 스토리텔링 기술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스토리에 대해 말한다. 진화인류학자인 대니얼 스미스는 인간의 뇌에는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추구하는 본성이 각인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동의할 듯 싶다. 문장력보다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며, 시련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주인공의 유무가 스토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참고로 이때 시련은 반드시 거대할 필요는 없다. 일상속 자그마한 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어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또 사소한 무언가로부터 큰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점도 글쓰기에 있어 중요하다. 시점이란 간단히 말해 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웠던 1인칭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등을 떠올리면 되는데, 여기에서는 글쓰기에 있어 다가갔다 멀어졌다하는 거리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소개한 예문을 보면 알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글에다가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장편 소설에서는 인물이 스토리를 이끌고, 단편 소설에서는 사건이 스토리를 이끈다고 한다. 따라서 짤막한 기사에서는 인물, 즉 캐릭터가 끼어들 여지가 없지만 연재 형식으로 게재되는 기사나 장편 소설 두께의 논픽션이라면 캐릭터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이 외에도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 장면과 액션, 대화, 주제, 윤리의식 등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보면 잭 하트가 들려주는 조언들이 비단 책읽기에만 국한된게 아님을 알수 있다. 가령 협상에 있어서도 자기 말만 맞다고 떠들어대다가는 언젠가는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글쓰기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물흐르듯 지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입장도 배려하면서, 이게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도 어쩌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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