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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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람들과 저녁을 같이할 일이 좀 있었다. 사업소 막내들, 선배님들 그리고 행사나 이런저런 일로 한번같이 식사해야 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술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불편해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저녁 술자리를 갖는 건 언제나 몸에서부터 거부 반응을 보이는지라 일상 속에서는 항상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필요한 일이었고,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끝나고 나서 분위기도 괜찮았고. 사실 술이란 그날 하루 정도는 조금은 정신없이 일과를 보냈거나, 오전부터 저녁까지 무언가로 꽉 채웠다는 느낌. 아니면 마치고 집에 갈 때 살짝 빡쳐있는 정도(그렇다고 막 화가 차올랐다거나 그런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고...)일 때 마시면 딱 좋은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다음날 기분도 더 좋아지고, 활기도 넘치는 듯하고.

한동안 마무리 짓지 못했던 책들과 넷플릭스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읽고 또 보았다. 그리고 어젯밤에는 영국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지리학자인 데이비드 하비가 지은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라는 책을 마저 읽었다. 최근의 다양한 글로벌 경제 이슈를 저자만의 깊고 독특한 사유를 통해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는데, 깊이와 재미 두 마리를 다 잡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해 자칫 무감각해질 수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았고.

책은 총 열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출판사의 설명에 의하면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되었던 각종 사건 사고나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문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신자유주의 폐해를 파헤치며, 월가를 점령하자고 외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그리고 왜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또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어서 자연스레 복리 성장을 외치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금융 자본주의의 문제점도 알려준다. 암호화폐와 공모주 투자에 집중되어 있는 젊은 사람들의 이목이 그 이면에 내재한 무언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에 관해서도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는데, 최근의 요소수 사태와 맞물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특히 07~08 세계 금융위기 때 세계를 구한(?) 건 중국의 엄청난 인프라 투자에 의한 것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전부터 세계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이 외에도 경제체제는 마치 유기체와 같아서 언제나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기도 하며 나비효과와 같은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설명이나 금융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총량이라는 점을 저자는 누누이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의 코크 형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억만장자들은 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더 많은 부를 쓸어 담고 있다. 우리가 생산과 소비량 부문에 있어서의 지나친 분권화와 소외, 무관심 등으로 인해 이런 글로벌 이슈에 무감각해져 갈 때마다 양극화와 같은 각종 문제들은 더 커져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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