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김수영 지음, 박수연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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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은 1921년 일제 치하의 한성(종로구 관철동)에서 태어났다. 지금으로 치면 종각역과 청계천 사이의 골목에 해당하는 곳인데, 이듬해 그의 가족은 동대문 근처의 종로 6가 쪽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어의동 공립보통학교(현, 서울 효제초등학교)를 다녔고, 선린상업학교 야간반을 졸업했으며, 일본 유학 생활을 지내다가 다시 귀국하여 연희전문학교를 다니지만 중퇴했다고 한다. 참고로 유학 생활(도쿄 상과 대학)과 연희전문학교 시절 모두 그렇게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에는 둘 다 중퇴했다고 하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어쩌면 당시 지식인으로서의 현실 도피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때를 시작으로 해서 서서히 문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김수영 선생님은 1968년 동료 문인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시기적으로 알 수 있듯이 일제 치하, 세계 2차대전과 한국전쟁, 4.19와 5.16을 모두 거친 험난한 시기를 겪었다.

그리고 그 당시 지식인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견디기 힘든 현실의 중압감으로 인해 도피하거나, 문학이나 예술 활동에 전념하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그 시절을 견디어 내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연보나 관련된 평론집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당시의 시대상도 그렇고 생활 형편도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다시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감되고, 그러는 와중에 남과 북의 이념 갈등의 생생한 모습을 눈앞에서 겪으셨기 때문이다. 매일 사상 검증을 받는 것과 같은 끔찍한 현실 앞에서 말이다.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꿔 버렸다라든지, 나는 패배하였다 와 같은 암울한 메시지는 김수영 선생님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배경지식이 된다. 그리고 작품 속에는 당시의 고단한 민중의 삶을 나타냄과 동시에 소시민적 삶의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있다고 책의 해설에서는 말하고 있다. 또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해가는 시대상에 대한 감정들 역시 김수영 선생님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고 하는데, 이 책 -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의 참여와 역사, 그리고 현대 파트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교보문고에서 출간한 김수영 시집은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한 문학그림전의 작품들이 같이 포함되어 있다. 비애와 환희, 평온과 고독, 사랑과 존재 그리고 참여, 역사,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 아홉 가지의 토픽으로 나누어 구성했으며, 별도로 시로 쓴 시라는 별도의 장을 마련해 총 열 가지로 분류된 선생님의 시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과 함께 구절들을 읽노라면 어렴풋이 보이는 내용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종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과 감상은 오롯이 독자만의 고유한 자유의 영역이기에, 선생님에 대한 평론과 작품에 대한 해석은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 있어 필요한 배경지식과 조언으로 남겨둬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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