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읽는 기술 - 문학의 줄기를 잡다
박경서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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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삼악산에 다녀왔다. 의암호에서 올라가는 산세가 험하기도 하지만 등선 폭포와 비선 폭포로 내려오는 시원한 경치도 멋진 그런 산이었다. 삼악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춘천 시내와 의암호의 모습도 장관이었고. 무엇보다도 삼악산 매표소에서 출발해 삼악산 정상까지 가는 거의 암벽등반에 가까운 코스가 굉장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웃도어 활동을 한 거 같아서 기분마저 상쾌했다.

지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같이 공부했었던 친구를 만나러 세종시에 들렸다. 그날 저녁, 한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위스키를 마셨고, 음악을 들었다. 다음 코스는 나주 집. 역시나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었고, 동네 근처에는 지난번보다 카페와 식당이 더 생긴 듯했다. 근처에는 송월동 농협 부지 공사와 GS건설의 나주역 자이 모델하우스 공사가 한창이었고, 동그란 성벽 위로 잔디가 고개를 내민 역전 근린공원은 이제 제법 그 모양새를 갖춘 듯했다. 다음날은 월출산에 올랐다. 나주에 있으면서 여러 번 다녀온 산인데, 갈 때마다 좋은 기운을 받는 듯해서 애정 하는 산이기도 하다. 산 정상에서는 역시나 우리 아파트가 저 멀리 보였다. 시간이 좀 남은 듯해서 내려올 때는 구름다리 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 빡센 산길이었다. 하산길임에도 오르막이 더 많은 듯했고, 암벽 코스에 조성된 나무 계단의 경사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가져오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래도 구름다리에서 인증샷도 찍었고,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산 아래 주변의 경치도 제대로 즐겼다. 나이키 앱 데이터를 보니 총 시간은 3시간 10분 정도. 정상에서 머무른 시간과 내려와서 타이머를 종료하지 않은 시간을 고려하면 대략 2시간 50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샤워를 하고, 돌체구스토 콜드브루 캡슐 커피를 내리고 나서 서재에 앉았다. 오후에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창밖으로 느껴지는 빗소리는 책 읽기에 딱 좋은 ASMR 이었다. 책 제목은 박경서 님이 지은 <명작을 읽는 기술>. 원래 이런 옴니버스식의 책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책은 굉장했다. 제대로구나, 읽는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책.

저자가 소개하는 고전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포함한 총 16개 작품인데,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명작들인 소설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이와 연관된 시대상과 당시의 문학 사조도 설명하고 있는데, 언뜻 보면 교재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보면 되겠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시작으로 르네상스, 고전주의, 낭만주의, 리얼리즘, 실존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문학 작품의 내용은 물론이고, 서구 문학 사상사에 대한 체계와 안목 역시 갖추게 될 것이고.

춘천에 오기 전까지 진행했던 나주 독서모임에서 다루었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그리고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일단 눈에 들어왔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들이었는데,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의 중요성, 그리고 인생 순간순간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범위보다는 깊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었다. 읽기 어렵다를 시작으로 여러 번 봐야 할 작품들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란 이야기가 나왔던 작품들. 특히나 직장인이라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그런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

문학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모든 문학이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는 전위적인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는 혁명과 사회적 운동을 촉발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대상과 동떨어져 사람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고 수면 아래 저 너머로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상력의 무한대를 나타내는 그림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문학 사조의 변화 양상은 크게 이 두 개의 흐름과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저자는 어설픈 지식인들의 범람도 경계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부 책들에 대한 질책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막상 실상을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 말이 많을수록 그 실체는 보잘것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는 구절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 책은 꽉 차있는 무언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독서모임을 할 때는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들을 통해 나만의 에피파니를 경험해보고, 미국의 낭만파 시인 헨리 롱펠로의 시 '인생 찬가'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으면서 - 또 다른 독자들에게 추천해 보면서 -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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