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 - 상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춘천은 덥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벌레가 많다. 나주 우리 집에 있을 때만 해도 보지 못한 벌레들이 자주 출몰한다. 회사 그리고 사택 모두 말이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게 말하면 그만큼 자연환경이 좋다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음에 지낼 거주지는 더 좋아지리라 믿고 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된 무더위가 예상보다 세다. 요즘 들어 나주에서 혼자 외로이 지내고 있을 우리 집이 생각난다. 바람도 솔솔 불고, 그래도 안된다 싶으면 에어컨을 틀고 편하게 지내면 되는데 말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지난번에 갔을 때는 서서히 집에 인기척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집도 사람을 타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날씨가 좋은 만큼 집안 곳곳에 볕은 잘 들어오리라 싶다. 뽀송뽀송하게 말이다. 다음 주면 바람도 쐴 겸 해서 집에 갈 듯한데,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괜히 보고 싶기도 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음 주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 소설을 읽을 예정이었지만, 결국 이번주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시원한 스타벅스에서, 그리고 춘천의 또 다른 카페에서 말이다.

소설 <집 떠난 뒤 맑음>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레이나와 사촌 언니 이츠카가 부모님 몰래 홀연히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갑작스런 두 아이의 가출같은 여행에 레이나의 어머니인 리오나는 크게 걱정하고, 아버지 우루우는 걱정을 넘어선 분노에 잠긴다. 역자의 말과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리오나는 두 소녀의 여행에 걱정스런 응원을 보내는 듯 하며, 우루우는 자신의 일상이 틀어짐에 화가 난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이건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스토리상 과한 해석이자 인물 설정이 아닐까 싶다...

일단 두 소녀의 여행기는 재미있다. 일본 특유의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잔잔한 스토리 전개와 미세한 일상의 묘사가 눈에 들어올 것 같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해외 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국에 꽤나 흥미로운 대리 만족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츠카를 떠올리면서, 리오나는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선택과 의사 표현을 생각한다. 레이나와 이츠카의 여행 스타일은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도시 곳곳을 걸어보고, 그날의 일상을 정리하는 식인데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과도 비슷해서 마음이 갔다.

터미널을 떠나 친절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벤자민과 같은 녀석들과도 마주하게 되며, 레이나와 이츠카는 더 연대하고, 또 성숙해진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착실하게 생활하며 여행하고 있다고 말이다. 소설의 1권은 그녀의 부모님이 신용카드를 정지하는 장면으로 끝나게 되는데,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리뷰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