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매트릭스 -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로버트 마이클 파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다음 주 면 또 나주에 내려간다. 비밀취급 인가 관련 교육인데, 지원안전팀장이 대상이라고 한다. 나주역 근처에 집을 두고, 춘천에서 더부살이하는 중인데, 어느새 정을 붙일 도시가 네 곳으로 늘어나 버렸다. 거리가 멀어 힘든 건 있지만 그래도 내 집에 내려가는 거라 그런지 발걸음은 가벼울 듯싶다. 잠시나마 이겠지만 따스한 햇살과 넓은 풍광을 즐기리란 기대감도 든다. 아직 공사 중인, 집 앞에 바로 보이는 - 성벽 모양 같기도 하고, 호루스의 눈을 닮은 것 같기도 한 - 나주역전근린공원과 영산강 건너편 영산포 노봉산에 조성될 또 다른 공원인 노봉산 전망대와 인공폭포도 완공되면 거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한층 더 멋질 것 같다.

오늘은 부산에 있다. 처음으로 펌이란 걸 해 보았다. 조금 어색한 느낌도 있는데, 잘 나온 것 같다. 머리를 손질해 주신 선생님 말로는 드라이를 잘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것도 부지런해야 잘 할 수 있는 듯하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자연 철학자이자 작가인 로버트 마이클 파일이 쓴 <네이처 매트릭스>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자칭 '자연-범신론 혼합주의자'이자 '전신앙론자'라고 하는데, 그가 쓴 에세이의 제목처럼 '교외의 흐트러진 풀숲을 걷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연환경과 단절되어 가는 인간들의 '경험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단순히 오염되어 가는 지구를 보호하자라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좀 더 깊고 방대한 차원에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출발은 탄소 배출을 억제하자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고 이야기한다. 집 근처 공터에서 잡았던 사마귀와 잠자리, 메뚜기, 풍뎅이들. 동네 뒷산 개울가에서 잡았던 도롱뇽과 플라라니아, 가재, 물장군, 게아재비 들을 말이다. 운 좋으면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도 볼 수 있었고, 이따금 산에서 튀어나오는 사슴이나 산토끼도 마주할 수 있었던 때로 말이다.

요즘에는 공터란 공터는 모조리 빌라나 상가로 올려버린다. 집 근처 유채꽃이 피었던 풀밭은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저자는 이러한 공간들과 여기에서 경험한 자연환경과의 조우가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경험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가 될 때는 이런 감성적인 공감대에 기반한 설득조차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물론 누군가는 유튜브나 VR을 통한 가상의 경험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것들이 주류가 될 때 집 밖의 진짜에 대한 경험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가상의 경험이 주류가 된다면, 영화 <매트릭스>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저자는 시간을 가지고 직접 경험해보는 '빅 이어''와 같은 것이야말로 유행을 타지 않는 진실하고 지속적인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공원이나 공터, 그리고 대학과 집 근처의 작은 정원들부터 시작해보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매트릭스의 고치 속 인간을 선택하지 않도록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