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마셜 저자, 유향란 외 역자 / 행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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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부산에 내려왔다. 나주에서 춘천으로 이동하고 나서 한달만이다. 내려갈때는 잠시 서울 정동에 들렸다. 춘천에서 출발할 때는 약간 흐린 정도였는데, 시청역에 도착하니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었다. 숨도 돌릴 겸 해서,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이동하느라 가방안의 짐들이 이리저리 움직인 듯 했다. 에어팟을 빼내고, 케이스에 집어 넣었다. 가방 속 짐도 정리하고, 서류도 챙긴 다음에 목적지로 향했다. 삼십분 정도 걸렸나, 아무튼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 문을 닫고 나가면서, 비슷한 타이밍에 어닝 설치하시는 분들이 들어오셨다. 연락을 미리 받지 못한 터라, 나는 기차 시간도 있고 해서 문단속을 부탁드렸다. 오늘은 어닝 설치 사전 준비작업이고, 실제 공사는 다음주라고 한다. 어닝까지 설치되면 테라스도 꽤나 근사해질 것 같다. 점심은 근처 사장님과 같이 했다. 커피라도 사드리려 했지만, 다음에 잘 마무리되면 대신 저녁으로 크게 한턱 내기로 하고, 수서역으로 향했다. 내려올 땐 SRT를 이용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열차 차량 안에서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를 봤다. 웰컴투라이프18어게인 이후 오랜만에 꾸준히 보고 있는 드라마다. 리뷰를 살펴보니 호불호는 있는 듯 한데, 뭐 일단 나는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춘천역에서 시청역으로 이동하는 구간에서 책을 한권 읽었다. 조셉.M.마셜이 지은 <그래도 계속 가라>라는 책이다. 십년전 쯤에도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냉큼 신청해서 읽어본 책이다. 이제는 추억거리가 되었지만, - 솔직히 말해서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다지만 - 싸이월드 일기장에 이 책의 문구를 적어두었던 기억도 난다. 저자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인 라코타족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혜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책과 강연으로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독자들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도 오랜 시간동안 전해 내려온 라코타족의 삶의 교훈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이란 때로는 양지를 걷는가 하면, 때로는 음지도 걸어야 하는 여행이라고 한다. 이는 마치 양면성과도 같아서, 우리의 맘 속에는 삶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려는 두려움과 반대로 용감하게 맞서고자 하는 용기도 함께 자리잡고 있다고 말이다. 이때 강인함이란 삶의 폭풍에 용감하게 맞서고, 실패가 무엇인지 알고, 슬픔과 고통을 느끼고,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인생에서의 수많은 시련들이 당신을 더욱 강인하게 만들어 주리라고 이야기한다. 또 강하다는 말은 단순히 힘이 세다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네가 얼마나 지쳐있든 간에 산꼭대기를 향해 한걸음 더 내디딘다는 걸 의미한다. 책속의 할아버지는 산꼭대기를 향해, 해돋이를 향해, 희망을 향해 내디딘 가장 연약한 한 걸음이 가장 맹렬한 폭풍보다 훨씬 강하다고 말하며, 그래도 계속 가라(KEEP GOING)고 손자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할아버지 역시 인생에서 수많은 두려움과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어린 손자는 전혀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없었지만 말이다. 대신에 할아버지는 언제나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평온한 태도와 대상을 바라보는 흔들림 없는 눈길을 갖고 계셨다고 한다. 삶은 그저 삶일 뿐이라며, 언제나 계속됨을 인지하면서 인생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마치 알고 계신 것처럼. 또 늑대가 결국에는 사냥을 성공하는 비결은 바로 몇 번을 실패하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넘어지지 않고서야 언제 일어서야 할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손자에게 반문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 스스로 그늘을 만들고는 하는데, 그래봤자 그 그늘, 두려움은 언제나 빛의 근원보다는 작다는 사실도 기억해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행한 것들이 나의 하루를 구성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내가 선택한 서로 다른 길에 의해 내 인생이 완성되어 가는 법이라고 한다. 상황을 바꿀수는 없지만,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나의 마음은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단점이 곧 장점이 될수도 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저 지켜보는 사람이 되면 안되며,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결국에는 성공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맘속에 담아둬야겠다. 강인함이란 노력과 고통의 소산이고,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걸음만 더 나아가는 것이 결국에는 큰 차이를 만들게 되므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그저 그래도 계속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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