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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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지난주부터 좀 바빴다. 월결산을 다시 돌렸고, 회계 처리와 관련된 이슈가 많아 하나둘 차근차근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서 공통 업무나, 기타 부속 업무들도 같이 진행하고 있고. 회사일 외적으로도 할게 좀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이어온 등기소, 동사무소와 시청에 방문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 그리고 은행 상담 등 이것저것 말이다. 또 사전점검 날짜가 병원 진료일과 겹치는 바람에 이를 조정한다고 좀 고생을 했다.

1-2. 동네도 시끄럽다. 며칠 전부터 광주 전남대 병원을 시작으로 다시 코로나가 재확산되더니, 최근에는 호스트바에서 촉발된 코로나로 나주 지역이 위험해진 상황. 오늘 스페인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보니 정말 해당 편의점이 문을 닫은 듯했다. 나름 청정지역이었는데, 빛가람동과 금천면, 남평읍, 송월동에서 각각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니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닐 듯싶다. 나 역시 오늘은 오후에 카페에 가서 공부도 하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이나 할까 했지만, 아직 나주 시청에서 동선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쉬기로 했다.

2-1.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최근에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을 펴냈다. 능력 있는(?) 자들만을 위한 낙원, 현대 사회의 그림자를 들추다는 문구로 <능력주의>라는 지극히 좋아 보이고 공정해 보이는 단어가 가진 불공정함과 문제점을 들춰보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의 능력주의는 패자뿐만 아니라 승자에게도 모두 파괴적이며, 파멸을 초래한다고 말하며, 대니얼 마코비츠가 지은 <엘리트 세습>이란 책의 논조와 그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2-2. 능력주의가 뭐가 문제가 된다는 말일까? 그냥 보면 능력주의야말로 좋은 방법이 아닌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능력과 노력으로 혜택이 주어져야지, 귀족 계급과 같은 계층의 상속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문제는 이 능력주의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간단히 말하면, 능력주의가 또 다른 계층의 상속의 수단이 되고, 평등한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능력주의로 신분 상승(?)이나 부를 일군 엘리트(저자는 이들을 엘리트라고 말하지만 나는 일반인들 중에서 재산이나 지위가 좀 더 높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게 적정할 듯싶다. 진짜 엘리트(?)들은 저 멀리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으니까 말이다.)들조차 정신적 피폐, 쉼 없는 노동과 부족한 여가시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엘리트 세습>의 저자는 말한다.

2-3. 저자가 말하는 엘리트들은 자신의 현재 경제 상태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초호화 산후조리원을 시작으로, 유치원, 초중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부담하기 위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회사에서는 엄청난 보너스를 그에게 지급하지만, 결국에는 그만큼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마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것처럼...

2-4.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것도 착각이다. 이미 출발선상이 다른 중산층과 저소득층, 그리고 고소득층 간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온갖 지원을 받고, 건강 상태도 양호하며, 대학원 교육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네트워크 후광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젊은이 A와 IQ는 높지만 좋은 학원에 다닐 여력은 안되고, 남는 시간에는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벌어야 하는 여대생 B를 비교하면 누가 더 유리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한 일. 나중에 A의 능력이 더 좋다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공정하다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3. 책에서는 이러한 능력주의의 폐해로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불안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더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함. 노력하지 않고, 달리지 않는다면 밑으로 떨어질 거라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이는 사회적 덫이며,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엘리트 교육의 개혁과 중간급 일자리의 창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과 단순노동 일자리만 증가하는 반면 중간 계급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이를 타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도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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