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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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술관에 가지 않은지 꽤 되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몇 년 전 나주로 내려오면서 자주 못 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서울이나 부산보다는 예술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회사에 있는 소규모 아트 센터나 온라인에서 열리는 미술품 경매를 통해 가끔 구경할 순 있다. 사실 내가 미술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가끔 즐기는 정도라 크게 아쉬울 건 없다만, 그래도 드문드문 생각나긴 한다. 서울에 있을 때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 미술전도 가끔씩 구경하고 그랬는데, 뭐 이제는 가끔 출장을 가거나 서울에 일이 있을 때 잠시 들리는 정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장 최근에 봤던 전시전이 줄리언 오피, 토마 뷔유의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

2. 그림 형제가 쓴 <그림 동화>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 동화>가 실제로는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도 꽤 많다는 사실도- 동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동화책에서 본 내용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접한 내용들은 이런저런 불쾌한 부분들을 대폭 수정한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3. 호주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작가이기도 한 숀 탠이 지은 <뼈들이 노래한다>도 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를 기반으로 한 책이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 동화>를 가지고 새롭게 만들어 낸 미술품이라 보면 된다. 총 75편의 동화들을 테마로 하여 각각의 조각품을 완성했는데, 모든 조각품들은 6에서 40 센티미터 정도의 높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각품의 소재는 주로 종이 반죽과 공기 건조 점토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외에도 밀랍, 철사, 모래, 나뭇가지 등도 함께 활용했다고 한다.

4. 신라 시대의 토우 형상을 한 조각품도 있고, 골동품 가게나 미술관 옆 기념품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이쁜 작품들도 많다. 책의 색상도 어둡고, 조각품을 찍은 사진들의 배경도 거의 흑색이라 조금 음산한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있다. 사실 기분이 그런 건, 조각품 사진 때문이라기보다는 충격적이기도 한 <그림 동화>의 내용일 수도 있다. 책의 구성이 페이지 왼쪽은 그림 동화의 한 문구를, 오른쪽에는 조각품 사진을 배치했는데, 마치 책이라기보다는 한편의 미술품 도록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5. 숀 탠은 <그림 동화>를 현실과 상상의 경계 속에 어우러진 무언가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가 만든 조각품들이 <그림 동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잠시 스쳐가는 무언가로 느껴지길 바라는 듯 보인다. 마치 고고학자가 발굴한, 희미한 조명 아래의 전시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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