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인생론 메이트북스 클래식 1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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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톨스토이는 이 책을 두고 "주기적으로 되풀이해 읽을 책이자,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지은 <전쟁과 평화>, <부활>,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명작들은 잊힌다 해도, <인생론> 만큼은 꼭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이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삶에 대한 태도와 철학이 담겨 있는데, 직접 쓴 글뿐만 아니라, 자신이 읽었던 동서양의 고전들을 발췌하여 톨스토이의 시각으로 편집하여 표현했다고 한다. 마치 오스카 와일드의 찬란한 문장들을 담아둔 <오스카리아나>를 떠올리게 한다.

2. 이번에 메이트 북스에서 펴낸 <톨스토이의 인생론>은 죽음을 대하는 방법과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법 등을 담은 140개의 아름다운 문구로 구성되어 있다. 톨스토이만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들을 백팔십여 페이지 속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다.

3.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다룬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마음에 현재 있지 못하면 지금 삶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는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라는 카네기의 잠언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었다. 너무나도 쉬운 말이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일. 그래서 톨스토이는 이를 여러 번에 걸쳐 강조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문구 몇 개를 소개해 본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때는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는 현재 당신이 대하고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어떤 다른 사람과 상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오로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기 때문이다'(세 번째 문장)

'진정한 삶은 현재에 있다. 만약 사람들이 당신에게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믿지 말라. 우리는 현재 삶을 살고, 현재 삶만 알고,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의 삶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삶이 아니라 현재 삶의 한순간 한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다섯 번째 문장)

'힘든 시간을 겪고 있거나 사랑을 잃을까 걱정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스럽다면, 삶은 오직 현재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당신의 모든 생각과 기억을 현재에 집중하라. 과거에 대한 고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모두 사라질 것이며, 자유와 행복을 느낄 것이다'(예순네 번째 문장)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다가올 미래가 만나는 시간 속의 무한한 작은 점이다. 시간이 없는 이 점에서 바로 인간의 진정한 삶이 존재한다'(일흔네 번째 문장)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고 무한한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이 현재 속에서만 우리의 삶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현재에 모든 정신력을 집중해야 한다'(여든여섯 번째 문장)

'좀 더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적을 보지 않으려고 머리를 숨기는 타조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타조보다 더 나쁘게 처신한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의 생활을 불확실하게 얻으려고 확실한 현재의 생활을 확실하게 파괴하고 있다'(아흔한 번째 문장)

4. 끊임없는 자기 계발에 대한 조언도 좋았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거나, 또 다른 취미를 개발하란 원초적인 조언이 아니라, 꾸준히 학습하고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자는 좀 더 큰 차원의 이야기들이었다. 자기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겸손해지면서 공손하게 당신의 의무를 다할 것. 우리의 삶은 투쟁이며 여정이기에, 우리를 일하지 않고 한가하게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란 말까지. 또 주세페 마치니의 삶은 우리의 이성과 감성 속에서 성스러운 빛으로 우리를 비추는 이념들을, 실천하는 길로 이끄는 발걸음이며 움직임이라는 문장도 눈에 들어왔던 글귀였다.

5. 논쟁에 귀 기울이되, 논쟁에는 가담하지 말 것이며, 많이 아는 사람은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 있기에 필요할 때만 말을 하며,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라는 조언도 눈에 들어왔다.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지 말며, 떠벌리지 말라는 말도 좋았다. 사실 우리의 많은 대화가 그저 남보다 잘 보이기 위해, 더 나아지거나 문제를 해결함이 아니라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톨스토이는 이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는데, 여러 번 되뇌어 볼 조언이라 생각되었다.

6. 이 외에도 좋은 문구가 많았다. 몇 개는 - 감히 - 나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계속해서 곱씹어 보고, 계속해서 행해야 할 조언들이었다.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도 생의 마지막에야 이 책을 쓰고 널리 알리려 한 걸 보면 <인생론> 속의 문장들을 행하고 실천함에 있어 쉽진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양서란 꾸준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게 아닐까? 진실한 교인들이 성경을 머리맡에 두고, 매 순간 말씀을 되뇌는 것처럼. 끝으로 육체적인 활동 없이는 휴식에서 오는 기쁨이란 없으며, 정신적인 노력 없이는 인생을 아는 기쁨이란 없다는 문장을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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