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선택 -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
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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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늦은 지혜도 좋지만, 선견지명은 더 좋다고 한다. 어떤 일을 경험하고 나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일 터. 특히 생사가 달린 일이거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수 있는 순간의 의사결정이라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한다. <소방관의 선택>의 저자인 사브리나 코헨-해턴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여성 소방관인데, 그녀에게 있어 화재 현장은 바로 지금 당장 중요한 의사 결정의 순간인 셈. 즉, 하루하루가 연습이 아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실전인 것이다.

2. 인적 오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긴급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앞에서 말한 계속된 경험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와 사례 분석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계속된 경험(실패 또는 성공으로 뒤섞인...)의 누적치가 좋은 계획과 매뉴얼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다.

3. 이 책의 저자인 사브리나 코헨-해턴은 약 20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테러 공격과 대형 화재 등 다양한 사건을 지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긴급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과 지휘 기술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영국 전역에 그녀가 개발한 의사 결정법과 훈련 시스템을 보급했다고 한다. 책은 총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그녀가 경험했던 사건 사고를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던 과정들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포기하거나 생명의 손길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까지도.

4.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다가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순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양쪽 다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짧은 경험과 편협한 지식에 근거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 조금 더 고민하고, 더 많은 경험을 했더라면 충분히 배제할 수 있는 사건 사고임에도 말이다. 특히, 자신의 말이 옳다고 강하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질 경우, 또 다른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을 쫓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저자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진다.

5.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1시간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시간을 문제를 파악하는데 쓰고, 남은 시간을 해결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 경험치의 축적,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신중한 접근 등의 중요성을 언급한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에다가 직관적인 판단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 등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특히, 코로나19사태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의료인 및 관계 부처 공무원 등에게도 중요한 조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고. 책의 뒷장에 가면 저자가 만든 매뉴얼들의 일부를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런 콘텐츠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야 긴박한 상황에서 효율적이면서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잘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ㅇ 어렵게 훈련하면 쉽게 싸울 수 있다. (알렉산드르 수보로프)

ㅇ 큰 퍼즐을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작은 조각들이다.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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