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 도덕을 추구했던 경제학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카시마 젠야 지음, 김동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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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학에서 효율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무언가를 판단함에 있어, 가령 경제정책을 수립하거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또 신문에서 이를 가지고 원안을 기각했다든지, 추가 검토에 들어갔다는 등의 보도자료와 기사를 통해서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효율성이 뭐냐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보수와 진보가 뭐냐고 물어보면,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아니냐고 말하는 것처럼.

2.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효율성이란 다른 사람의 복리 후생을 줄이지 않으면서 스스로 최고의 복리후생을 누릴 수 있는 자원배분 상태로 정의된다고 한다. 공리주의자 벤담은 효율성을 최대 다수의 최대 만족 상태라고도 말했다. 다카시마 젠야가 쓴 <도덕을 추구했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를 번역한 김동환 박사는 효율성이란 타인의 복리후생까지를 배려한 상대적 개념으로 그 안에 공정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복리후생을 훼손할 수 있는 공정하지 못한 자원배분은 정의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약소국의 경제력을 빼앗거나, 타국의 금융자본을 강탈하는 식민지 시대의 자본주의나 현대의 신자본주의는 효율성 실현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완수하는데 실패한 듯 보인다고 역자는 이야기한다.

3. 우리가 아는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아버지이자, 자유방임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자본론과 도덕감정론이란 책에서 자유방임이란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공정성과 건강한 시민사회의 중요성, 그리고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그것이 잘 작동할 때 비로소 정상적인 경제 사회가 가동될 수 있다고 보았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애덤 스미스는 오히려 경제학자이기 전에 철학가이자 사회사상가에 가깝다는 느낌이 있다.

4. 스미스는 사회가 있기 전에 경제가 먼저 있었다고 보았다. 물물교환 등을 통해 경제 행위가 나타나면서 이를 감싸 안아 주는 사회가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도덕감정론>에서는 인간의 파토스(인간의 감정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를 기초로 시민 사회의 에토스(생활 등)와 로고스(논리 등)를 연결하고자 했다고 하는데, 경제를 기초로 하여 시민사회의 철학까지 그 범위를 넓혀갔다고 한다. 따라서 스미스를 단순히 자유방임주의나 이기심이라는 단어로만 정의 내리는 건 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5. 이기심이란 경제 활동에 있어서 센스 또는 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간단히 말해 직장 생활에서의 눈치라는 거다. 즉, 이기심에 기반해서 아무거나 막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된다. 반드시 시민사회 안에서 통용될 수 있는 범위 또는 한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맨 앞에서 말한 효율성의 개념처럼 다른 사람의 복리후생을 줄이면서까지, 자신의 몫을 쟁취하는 건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은 아니라는 것.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곳곳에서 노동자에 대해서는 지극히 따뜻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역자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갈피를 잃고 방황하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그리고 시민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신세계 질서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과거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될 거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에 베리칩 같은 것들은 반드시 빠져야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국에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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