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 - 10억으로 강남 아파트 사는 법! 자식을 100억 자산가로 키우는 법!
오스틀로이드 지음 / 진서원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1. 새벽 5시 반. 미리 맞춰둔 아이폰의 알람이 울린다. 까만 화면 속 날짜는 1월 1일 수요일. 2020년 새해임을 알려주고 있다. 참, 맞다.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금성산에 가기로 했다. 거실 창밖은 아직 어두컴컴하지만, 그래도 간단히 장비를 챙겨본다. 장갑과 넥워머, 그리고 두터운 비니. 에어팟과 탄산수도 필수. 간단히 세수를 하고, 뭐 빠뜨린게 없나 살펴본 후,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밖은 여전히 어둡다. 한수제를 지나 다보사 주차장까지는 약 9분. 일출 시간까지는 충분히 여유가 있다. 좀 빨리 온 듯 싶다. 아직 주차장은 자리가 많이 남았다. 조금 있으면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대고는 임도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한다. 조금 가다보니 금성산생태물놀이장과 건설중인 나주숲체원이 어렴풋이 보인다. 주위는 아직까지 어둡지만,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보니, 낙타봉에서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한잔 받아 들고는 다시 정상을 향해 걸어간다. 서서히 사람들이 많아진다. 아까 경현동 입구에서는 이길이 맞나 싶었는데, 이젠 사람들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 군부대 입구를 지나, 다시 한번 커피를 받아 들고는 해맞이 장소로 걸어 간다. 행사 차량이 보인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해가 떠오르는 영산강 맞은편을 향해 옹기종기 모여있다. 나도 슬쩍 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아직도 해가 뜨려면 40분은 더 남았다. 조금 있으니, 주변이 시끄러워지면서, 반대편 하늘도 서서히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성급한 몇몇 사람들은 해가 뜨고 있다고 설레발을 친다. 몽고 분인가 보다. 주최측에서는 일출 전에 대략적인 행사 진행을 끝내려고 한다. 타이밍에 맞추어, 영산강 동쪽 하늘에서 붉은 점이 선명해지는 듯 하다. 새해다. 아이폰 카메라 앱을 켜고, 초점을 맞춰 본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괴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2020년 첫 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영상으로도 담고, 사진으로도 담는다. 부산 바닷가에서만 보던 해와는 또 다른 맛이다. 저 멀리서 산봉우리 사이에서 떠오르는 모습이 또 하나의 장관인 듯 하다.

2. 이번주에 읽은 책은 오스틀로이드 님이 지은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라는 책이다. 혹시 저자가 유럽인인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강남에 거주한지 30년차 순수 한국 워킹맘이라고 한다. (오스틀로이드는 닉네임이다. 내 아이디가 초코머핀이라고 과자가 아니듯이;) 팔십만 회원을 자랑(?)라는 네이버 까페 '부동산 스터디'에서는 이미 유명하신 분이고, 블로그에는 수시로 부동산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활동 속에서 주고받은 질문과 답글을 정리한 것인데, (읽어보면 알겠지만) 친절한 아주머니가 부동산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저자가 던지는 명쾌한 인사이트를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명확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냥 부자 동네에 가고 싶다거나, 좋은 집을 사겠다가 아닌 더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거기에 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목적의식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은, 집값이 오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값이 오르는 것 자체가 이유가 되어 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 저자는 이를 가심비, 즉 심리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는데, 교통의 편리성이나 직주 근접, 조망권과 같은 팩터 이상의 무언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집은 돈을 모아서 사는 것보다, 융자를 받아서 사는게 이익이라는 것. 물론 현 정부는 이런 말을 몹시 싫어할테지만, 첫집 마련시에 제공되는 각종 저리 융자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라 생각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빚의 가치도 떨어지게 되므로,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이익인 셈이다. 이외에도 레버리지 효과라든지, 저가 매수 타이밍을 잡는 효과도 있을 것 같고.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빚을 적절하게 잘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데, 우리들과는 마인드가 많이 달랐음을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고, 다음 사람 먹을 것도 남겨둬야 한다는 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주식에도 비슷한 조언이 있는데, 최고가와 최저가만을 고집하다가는 탈나기 십상이듯이, 부동산도 마찬가지라는 것.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적정한 가격에 들어가고 물러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마음고생에서도 벗어나고, 시간과 기회비용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버스 노선이 많은 지역을 노리고, 갭투자를 한다면 전세 수요가 많은 집을 공략하거나, 돈이 부족하다면 소액 투자로 돈을 모았다가 똘똘한 한채로 갈아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조언도 인상깊다.

4. 유의사항도 있다. 이미 투자자가 많이 들어간 곳은 피해야 한다는 것. 실수요는 없고, 투기꾼만 몰린 곳은 쉽게 시세 조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는 공포를 느끼고, 반대로 대부분이 공포감에 빠져 있을 때 욕심을 부려야 한다는 조언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어서 주변에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빈 택지가 많거나, 가까운 곳에 싼 대체 아파트가 있는 곳은 피하며(지방의 신도시), 세금 공부를 선행하고, 집을 생활 감각으로 바라보는 여성(아내)의 직관을 고려할 것.

5. 신축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해 가지만, 입지는 건재하다고 말한다. 자녀 교육 환경이나 초품아와 같은 학군이라는 요소와 고속터미널이나 대중교통망, 역세권과 같은 교통의 편리성이라는 요소, 그리고 직주근접과 숲세권, 물세권, 조망권과 같은 요소들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거의 다 갖춘 곳이 바로 강남이고. (참고로 1기 신도시가 개발되던 90년대초 많은 사람들이 강남에서 신도시로 옮겨갔는데,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더 가까운 2,3기 신도시가 생기면서 그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책 후반부에는 서울 강남의 핵심지인 대치, 압구정, 반포, 삼성동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이 곳으로 들어가고픈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맞춤형 조언인 셈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의 친근한 조언같아서 정말 좋았던 책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누군가가 부동산 도서를 추천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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