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식당 ㅣ 애지시선 67
김명기 지음 / 애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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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리


주체는커녕 관찰자로라도 한국 시에 이런 자리가 등장한 적이 있던가. 괴롭지만 비굴하지 않게 그가 머문 몇 자리를 적어본다.


도축장
“죽음 대수롭지 않은 여기
목 떨어지고 다리 잘린, 속내까지 다 파헤쳐진
핏빛 축생의 응고되지 않은 주검을
이리저리 끌고 밀며 다니는 내가 안녕하듯
저렇게 지는 꽃그늘 속 또 다른 생은 안녕하다” 16


폐광지대
“모든 영롱함이 몰락하기 전까지
다만 일용을 위해 악착같았던 날들을
안일한 낭만이 밟고 지나가는 봄날 오후
나 그 증오와 사랑 사이에서 나고 자랐음이 분명한데
저 언덕배기 어디쯤에선가 검은 화차 위로 팔매질하던
하얀 국돌처럼 먼 곳으로부터 그리움 하나 챙기지 못 하고
최초의 불길로부터 도망치듯
이곳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다” 23


무덤
“더 이상 흉질 곳 없는 이를 위해
굴삭기가 작은 구덩이를 판다
딴에는 저이도 떠돌 만큼 떠돌다
제일 마지막에 돌아가는 것이리라
부랑의 육신은 봉인 된 채
또 어디를 향해 떠나갈까
문득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그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건
우린 서로 땅속으로 스며들 유전자를
나누어 가졌기 때문이겠지“ 84


원양어선
“뱃머리에서 얼음 깨는 우즈백 사내의
긴 이름을 외우다 이름만큼이나
낯선 그의 고향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곳은 생의 항로에서
밀릴 대로 밀려버린 자들의
마지막 영토였으므로”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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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의 꿈 - 목아 박찬수의 불교 목조각 인생
박찬수 지음 / 대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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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아박물관을 설립한 목조 불교 조각가 박찬수가 목각에 관해 쓴 책이다.
본인의 예술관이 나오고
목재와 조각 도구 등을 알려 준다.
작가가 직접 쓴 듯, 글은 어수선하다.
불교 나무 조각에 대한 개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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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길 ㅣ 민음의 시 71
박찬 지음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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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결과인데도
편안하지 못한 나날을 보내느라
책을 읽지 못했다.
이제 진짜 봄이 왔다.
용서니 관용이니 신중이니 하는 말로 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국민을 계엄으로 옥죄고 억누르려 했던 자들을
발본색원해서
그간 그들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꽃길을
‘화염길‘로 바꿔야 한다.

시집 내용은 제목과 달리 담백하다.
화염길은 실크로드 열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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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 내 마음속 사진첩에서 꺼낸
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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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는 한 때.
자신의 그 순간을 풀어내는 문인들.
처음에 실린 공선옥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던, 한없는 사랑을 준 존재 봉동 할머니. 사진에 나오는 그 집 얘기. 가슴 아픈 결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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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利他와 시여施與 - 조선 후기 문학이 꿈꾼 공생의 삶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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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포획된 우리가 이 지옥도를 넘어설 길은 없는가?
강명관이 조선후기 산문에서 찾아본다.

이타는 자기 손실, 보상 기대 부재, 자기망각이 기본 속성.
그런데 옛 이야기에는 이타-보상 구조의 이야기가 많음.
1장에서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이타의 속성 확인.
홍순언 이야기 분석. 동시대인 유몽인의 어유야담에 실려 있지 않으므로 후대에 지어진 이야기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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