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경쟁과 속도의 시간은 관념이었다
내가 하찮거나 사소한 만큼의 내 크기로
숲길에서 개암나무 열매 몇 개를 주우며 듣는
경이의 전언이란

특별하고 참된 삶에 대하여 따지지 않는
휘파람새 소리는
다만 청량하다는 것

말할 수 없어 말하지 않는 사랑과
외롭고 쓸쓸한 숲길은 여기 있어 고요다 - P43

풍경의 말


마을 표지석과 솟대가 서로 눈짓을 하는 사이
기러기는 가고 동부새는 불어오는
길목에서 풍경이 말을 하네요

돌담 옆에서 산수유가 펑펑 튀어서
산수유가지 사이 직박구리가 쌩쌩하게 울어서

삶은 이미 해방되었다고, 다만 모를 뿐이라고 - P40

우듬지로 솟구치는 신의 푸른 분수
우듬지 위로 흐르는 구름의 자유 항로
저녁이면 반짝이는 별들의 노래와 함께
기적이 오는 것을 보라고
기적은 이미 네 곁에 머물러 있음을 보라고
나무는 감히 쓰러질 줄을 모르는
고요하고 찬란한 대지의 초록기둥이다 - P47

나의 원음(原音)


저녁바람 일렁이는 대숲에
서걱서걱
별빛 듣는 소리,
대숲 밑 샘가에
들에서 늦게 돌아온 어머니
싹싹싹싹 쌀 씻는 소리,
고단한 하루를 마친 까마귀 떼도
까악까악
대숲에 깃드는 소리,
어두운 부엌
아궁이에서는
활활활활 잉걸불 타오르는 소리.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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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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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그림
위로가 되는 통찰이 담긴 글
들이 잘 어우러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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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각 문학연대 시선 5
고재종 지음 / 문학연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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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아껴 읽었습니다.

[시인의 말]

너무 늦은 질문이어도 좋은가. 이만큼에 서서 저만큼의 강을 물으며, 묵묵히 바라보는 경우가 잦다. 예전 어디선가 보았던 시간이 묵어 목전의 강물로 오는 것 같다.


저렇게 강물은 하냥 출렁거리고 또 시간은 조각조각 깨져 일렁거리는 목전. 이것은, 이 아닌 것은 대체 무엇인가 또 묻는다. - P5

혼자 있는 시간, 해거름의 방죽은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의 한량없는 조화 속이다. - P13

바깥을 닫아건 고요와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침묵이, 마주 앉은 시간의 창에 어른거린다. - P16

나는 나를 알고자 책을 읽고 나를 찾고자 시 몇 줄을 썼으나 이쯤 해서는 낙과의 청시 한 톨만 하겠는가. - P25

이때쯤 때도 아닌데 멧비둘기 구욱국 울어댄다면 때로 적막보다는 그리움의 몽리면적을 넓혀 본들 어떠랴. 판독하다 놓친 사랑과 같은 저 마애불 위로 나는 날다람쥐여, 내가 삶에서 유일하게 배운 것은 고독이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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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모비 딕 - 허먼 멜빌
크리스토프 샤부테 각색.그림, 이현희 옮김, 허먼 멜빌 원작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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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소하고
모비딕은 자연이다.
소설이냐 만화냐 그것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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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각 문학연대 시선 5
고재종 지음 / 문학연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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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부터
절창에 젖는 듯했는데
첫 시 두 줄에 아주 뻑 간다.

혼자 있는 시간, 해거름의 방죽은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의 한량없는 조화 속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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