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경쟁과 속도의 시간은 관념이었다내가 하찮거나 사소한 만큼의 내 크기로숲길에서 개암나무 열매 몇 개를 주우며 듣는경이의 전언이란특별하고 참된 삶에 대하여 따지지 않는휘파람새 소리는다만 청량하다는 것말할 수 없어 말하지 않는 사랑과외롭고 쓸쓸한 숲길은 여기 있어 고요다 - P43
풍경의 말마을 표지석과 솟대가 서로 눈짓을 하는 사이기러기는 가고 동부새는 불어오는길목에서 풍경이 말을 하네요돌담 옆에서 산수유가 펑펑 튀어서산수유가지 사이 직박구리가 쌩쌩하게 울어서삶은 이미 해방되었다고, 다만 모를 뿐이라고 - P40
우듬지로 솟구치는 신의 푸른 분수우듬지 위로 흐르는 구름의 자유 항로저녁이면 반짝이는 별들의 노래와 함께기적이 오는 것을 보라고기적은 이미 네 곁에 머물러 있음을 보라고나무는 감히 쓰러질 줄을 모르는고요하고 찬란한 대지의 초록기둥이다 - P47
나의 원음(原音)저녁바람 일렁이는 대숲에서걱서걱별빛 듣는 소리, 대숲 밑 샘가에 들에서 늦게 돌아온 어머니 싹싹싹싹 쌀 씻는 소리, 고단한 하루를 마친 까마귀 떼도 까악까악 대숲에 깃드는 소리,어두운 부엌 아궁이에서는활활활활 잉걸불 타오르는 소리. - P31
식물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그림위로가 되는 통찰이 담긴 글들이 잘 어우러진 산책
1부를 아껴 읽었습니다.
[시인의 말]너무 늦은 질문이어도 좋은가. 이만큼에 서서 저만큼의 강을 물으며, 묵묵히 바라보는 경우가 잦다. 예전 어디선가 보았던 시간이 묵어 목전의 강물로 오는 것 같다. …저렇게 강물은 하냥 출렁거리고 또 시간은 조각조각 깨져 일렁거리는 목전. 이것은, 이 아닌 것은 대체 무엇인가 또 묻는다. - P5
혼자 있는 시간, 해거름의 방죽은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의 한량없는 조화 속이다. - P13
바깥을 닫아건 고요와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침묵이, 마주 앉은 시간의 창에 어른거린다. - P16
나는 나를 알고자 책을 읽고 나를 찾고자 시 몇 줄을 썼으나 이쯤 해서는 낙과의 청시 한 톨만 하겠는가. - P25
이때쯤 때도 아닌데 멧비둘기 구욱국 울어댄다면 때로 적막보다는 그리움의 몽리면적을 넓혀 본들 어떠랴. 판독하다 놓친 사랑과 같은 저 마애불 위로 나는 날다람쥐여, 내가 삶에서 유일하게 배운 것은 고독이었다. - P26
인간은 왜소하고모비딕은 자연이다.소설이냐 만화냐 그것이 문제일 뿐.
시인의 말부터 절창에 젖는 듯했는데첫 시 두 줄에 아주 뻑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