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너무 늦은 질문이어도 좋은가. 이만큼에 서서 저만큼의 강을 물으며, 묵묵히 바라보는 경우가 잦다. 예전 어디선가 보았던 시간이 묵어 목전의 강물로 오는 것 같다. …
저렇게 강물은 하냥 출렁거리고 또 시간은 조각조각 깨져 일렁거리는 목전. 이것은, 이 아닌 것은 대체 무엇인가 또 묻는다. - P5
혼자 있는 시간, 해거름의 방죽은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의 한량없는 조화 속이다. - P13
바깥을 닫아건 고요와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침묵이, 마주 앉은 시간의 창에 어른거린다. - P16
나는 나를 알고자 책을 읽고 나를 찾고자 시 몇 줄을 썼으나 이쯤 해서는 낙과의 청시 한 톨만 하겠는가. - P25
이때쯤 때도 아닌데 멧비둘기 구욱국 울어댄다면 때로 적막보다는 그리움의 몽리면적을 넓혀 본들 어떠랴. 판독하다 놓친 사랑과 같은 저 마애불 위로 나는 날다람쥐여, 내가 삶에서 유일하게 배운 것은 고독이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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