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는다.35년생 시인이 98년에 낸 시집이니 시인은 세는나이로 예순넷이었다.3부까지 ‘고장난 사진기’, ‘한낱 잊혀진 옛얘기‘, ’아무렇게나 버려진 배’, ‘빈 찻잔에 찌그러진 신발과 먹다 버린 깡통들’ 등 우울한 시구들이 잦다. 율동감 없이 처지며 회고의 산문시들이 이어진다.4부가 좋았다.날카로운 관조가 있고, 애틋한 연대의 시선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조화롭다.“노파가 술을 거르고 있다 굵은 삼베옷에 노을이 묻어 있다 나뭇잎 깔린 마당에 어른대는 긴 그림자 기침 소리, 밭은기침 소리들 두런두런 자욱한 설레임/모두들 어데로 가려는 걸까“- 노을 앞에서 62어디쯤 가고 계실까
과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잘 통하는남자 동료가 나오는데로맨스가 형성되나 싶었다.매우 오랫동안 등장한다.그런데 아무런 썸도 없고 언급도 없이필자의 딴 남자와의 지나가는 연애 얘기로 경쾌하게 넘어간다.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감탄.번역서답게 이국의 식물명이 낯설어도 그쪽에서 부르는 이름을 밝혀 놓았던데,유독 필자의 박사논문 대상 나무인 Celtis occidentalis를 동아시아 원산인 팽나무(Celtis sinensis)로 번역했다. 그쪽 통용 명칭인 미국팽나무로 번역했으면 더 매끄러웠을 듯하다.
도감을 본다.아직 못 만난 애들 확인하고어떤 애들은 첫 만남이 떠오르기도 한다.가을강아지풀과 강아지풀을 보니 묵혔던 공부가 아직 갚지 못한 빚으로 선명하다. 정리해야지.너는 없구나.명절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쩌다 이렇게 멀어졌을까.도감이나 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