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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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박물관 큐레이터.
유물 하나를 제목으로 삼고
유물 해설과 감상 전시 등의 얘기와
갖가지 상념을 엮어 풀어 나간다.
찬찬하고 따뜻하다.

각 꼭지의 글이 짧다.
쉽고 편안하다고 좋아할 사람이 많겠다.
유물에 관한 얘기가 많을 때 나는 좋았다.

오래 곁에 두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내게 힘이 나는 이미지를 가까이 두고 한 계절을 보낸다. 그냥 지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고, 아무 관계도 되지 않았을 유물이 내 안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음번 또 어딘가에서 마주하게 될 때면 다시 볼 수 있어 좋은 사이가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데는 그렇게 대단하거나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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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서유기 - 철들고 다시 읽는, 원숭이 부처 되는 기똥찬 이야기
성태용 지음 / 정신세계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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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이 마음의 비유라고 한다.

“손오공은 인간의 마음이지요. 특히 깨달으면 지혜가 되고, 깨닫지 못한 상태에선 어리석음이라 불리는 마음의 지적인 측면을 가리킵니다. 그 마음이 난동을 부리네요. 그 난동은 세속적인 힘으로는 제압이 되지 않습니다.“ 130

‘부처님 손바닥 안’이란 말이 손오공이 난동 부리는 것을 부처가 제압하는 장면에서 나왔군요!

“잘 아시는 대목이죠? 손오공이 아무리 날고 뛰어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 “지가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하는 말들 하지 않아요? 바로 여기가 그 출처지요. 그렇지만 늘 쓰면서도 사실은 출처는 잘 모르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모르는 이야기였던 셈이네요.” 139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를 전혀 갖추지 않고 오직 자기의 생각이나 믿음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을 부처님이 좋아하실까요, 예수님이 좋아하실까요? - P14

알게 된다는 것은 앎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 있는 태아가 산파의 도움으로 태어나듯이, 이미 가능성으로 있던 앎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앎이란 인간이 본디 가지고 있었는데 잊었던 무엇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죠. - P21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라고 말하고 있죠.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면서도,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만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이것이 참으로 불가사의입니다. - P35

부처의 출가와 원숭이 왕의 출가를 전혀 다른 것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입니다. 덧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떨치고, 근본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정신! 바로 이것이 출가의 의미라 할 수 있으니까요. - P39

부처의 가르침에는 육체적인 영생에 대한 지향이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의 무상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목표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불로장생을 꾀하는 도교와는 근본적으로 지향이 다르다 말할 수 있지요. 물론 불교도 기복적인 요소를 벗어날 길이 없고, 우리 인간의 욕망 성취를 약속하는 세속화의 모습도 띠곤 하지만, 애초부터 불로장생을 꾀하는 도교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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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아는 것, 그곳에 또 하나의 생이 있었다 백조 시인선 2
김신용 지음 / 백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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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이 짧은 시를 쓰다니.
45년에 태어나 소위 노가다꾼으로 육체 노동자로 살면서 88년 마흔넷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의 삶은 시집 <개같은 날들의 기록>에 제목 그대로 고스란하다. 이를테면

“아무도 이꽃을 본 적 없지만, 이 꽃은 있다
땀 흘려 일해보면 안다
/사람의 몸이 씨앗이고 뿌리인, 이 꽃—.
/일하는 사람의 몸이 소금의 꽃인, 이 꽃—.” 41 소금꽃

“손에 못이 박인다는 것은 일에 익숙해지는 것인데 숙련공이 되어간다는 뜻인데 손에 박인 못이 더 아플 때가 있다
/손에 못이 박이도록 일을 하는데도, 늘 빈손일 때가 그렇다” 42 손의 못 1

이런 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현실의 구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서사 구조의 시’에 몰두해 왔다. 땀과 그 결실 없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과 분노를 담아 왔다.

그런데, 한 구절만으로 시가 될 수 있다는 시평을 듣고 문득 깨달아 짧은 시를 쓰기 시작했고, 2021년에 모아 낸 것이 이 시집이다.

‘촌철살인적 언어의 세계’, ‘사물의 핵심을 꿰뚫는 날카로운 인식의 힘’이 담긴 ‘짧은 시의 매력’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말랑말랑한 서정도 꽤 있다. 그저 짧을 뿐인 시들도 있다. 그러나,

“가슴속
따뜻한 숨결을 담고
오늘도 온갖 생활의 주름들을 펴고 있는
/그대, 웃음—.” 95 다리미

’그대‘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때도 ’생활‘을 떠나지 않는다. 단단히 삶과 노동에 두 다리 박고 서 있다.

“잘 익은, 저 넝쿨의 굵은 땀방울—.” 81 수박

우리는 그저 먹거리로 보는 수박에서 수박의 ‘땀방울’을 노고를 본다.

“풀잎에
이슬이 맺혀 있다
이슬이 꼭 풀의 등에 얹힌
짐 같다
/그 등의 짐 무거울수록
/두 다리 힘줄 버팅겨 일어서는, 풀잎—.” 56 풀과 이슬

“물이 되어 흘러내리다 문득 걸어온 길 뒤돌아보는, 저 서늘한 눈빛!” 69 고드름

‘버팅겨 일어서는’ ‘서늘한 눈빛’을 그는 잃지 않을 것이다.

책 크기도 일반 시집보다 더 조그맣다. 쏙 넣고 다니며 자꾸 읽어야겠다.

물방울


그래, 물방울은 오직 물방울만 소유하고 있다

존재를 꽃 피우는, 그 빈 몸의 소유—. - P24

분수령


너를 아는 것, 그곳에 또 하나의 생이 있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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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산길 오후시선 7
조해훈 지음, 문진우 사진 / 역락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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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시인은 3년째 임도도 없어서 기계가 못 들어가니 낫으로 쳐들어오는 자연과 싸우면서 차를 기른다. 예순의 나이이고 어머니가 여든둘이신데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큰아들 생각에 시인 거처로 왔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시인의 동생네로 간다.
… 그렇게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짧은 일기처럼. 담백하다 못해 무미건조한 문체로.

책이 가로로 넓다. 왼쪽에 문진우 작가의 흑백사진이 오른쪽에 시가 있다. 시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닿는 지점이 뭘까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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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0代가 됐다
이랑 지음 / 소시민워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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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 거기,
어떤 사람이 30대가 되는 건지 알려줄까?

20대야
건배” 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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