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자살 사건 철학이 있는 우화
최승호 지음 / 달아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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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볼 수도 시로 읽을 수도 있다.
따뜻한 시선이 있기는 하지만,


할미꽃

봄날, 무덤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할미꽃에게 햇살이 물었다.
“할매, 할매는 왜 무덤만 보고 계십니까?”
할미꽃이 대답했다.
“무덤 속의 망자(亡者)가 봄이면 꽃을 보고 싶어 하는데 꽃들은 다 망자를 외면한 채 하늘을 보고 있다오. 그래서 내가 볼품없는 꽃이긴 하지만 누워 있는 망자가 나라도 쳐다보라고 이렇게 얼굴을 숙이고 있는 거랍니다.” 134


최승호는 역시 차갑고 날카로울 때 빛난다.
여러 군데서 멈칫했고, 한 대 맞은 듯 생각에 잠긴 글이 많았다.

고슴도치 두마리


고슴도치 두마리가 가시를 상대방의 몸에 찌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죽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너무 사랑했던 모양이다. - P29

열등감


황소개구리에 놀란 도롱뇽들이 바위 그늘에 모여서 깨알만 한 심장을 할딱이며 말했다.

"우리 조상님은 공룡이다." - P144

처세술 강의


도마뱀이 뱀들의 초청을 받고 자절(自切)에 대한 강의를했다.
"저는 붙잡히면 꼬리를 끊어버립니다. 그리고 도망치는거죠. 여러분도 붙잡히면 꼬리를 끊어보세요. 아마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도마뱀의 강의를 들은 뱀들이 붙잡히면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끊어지지 않는 꼬리를 끊어보려고 애쓰다가 모두 벌꿀오소리의 먹이가 되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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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 물길시선 1
이면우 지음 / 북갤럽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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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2002년에 나온, 이면우의 세 번째 시집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1년 전에 나온,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보다 이전에 쓰인 시들이 많다.
첫 시집 <저 석양>에서 24편과 그 뒤 쓴 27편을 ‘고쳐 다듬고 한데 묶어’ 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그의 출세작 <아무도~>보다 10년쯤 젊다. 앞 시집이 화자 나이 50살에 걸맞은, 잔잔함을 보여준다면, 이 시집은 40살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을 잘 보여준다.

그는 ‘밥상에 대고 머리 조아리던 겨울 아침을 지나왔‘으며,
“일없는 날 새벽밥 먹고 가는 먼 산 깊은 계곡
얼음장 깨고 냉수욕했다 발바닥 쩍쩍 늘어붙었다
까짓 추위보다 먹고사는 게 더 무서웠다.“ 78

그럼에도 열심히 버티었다.

“내 여름의 자본은
두 장 반바지, 티셔츠 하나
그리고 작업 중 척 늘어져
거추장스런 반 근 불알의 자존
나는 이 모든 장치를 힘껏 강에 던졌다
어느덧 가을이다 나도 한때는 당당히
이 모두를 담보로 세끼니 밥을 샀다
강에는 껍질 벗은 날개의 묵은 집이 떠내려온다
저물녘 강변 자갈들은 발에 밟히며 구슬피 운다
지금은 청춘을 온전히 낭비한 사내들이
묵묵히 떠나야 하는 때다.” 61

아, 그러나,

“강변 버스정류장에 혼자 서성대는 저녁
햇살이 저쪽 폐교된 초등학교 유리창을 쏘고
황금화살처럼 눈에 와 박혔다 돌연 창은 불 붙고
내 눈은 뜨거운 불길로 꽉 찼다.
/저 불의 집을 떠나며 나도 무어든 되어보리라고 작정했었다
그때 흘리지 않은 눈물이 눈꺼풀 새로 뜨겁게 번졌다.
/서늘한 가을강 오래 들여다보다
물 따라 달려온 빈 버스에 올랐다.” 64

무엇도 되지 못하고 그저 겨울을 나는 삶이 버겁고 허무하다.
그래도, ‘무어든 지나고 나면 견딜만하게끔만 무거운 법’ 40
아래 시와 같은, 건강한 다잡음을 어느 누가 조롱할 수 있으랴

젖는 것들은 모두 따듯하다


비 젖은 산맥, 무언가 아득하다
비 젖은 뾰족 봉우리, 이건 눈에 선하다
또 뾰족 내민 건 작고 작은 건 돌마저 젖는다
비 젖은 숲, 그 속의 나무 한 그루보다
작는 나는 꼼짝없이 비에 젖는다
또 호수는 정숙한 여자 눈 속처럼 깊이 젖는다
비 내려 품 못판 날, 우리 샘터
붉은 비닐 개숫통 속의 맑은 물도 비에 젖는다
내 나이 마흔이 되고서야 그 속의 스뎅식기
은빛 묵직한 무게로 자맥질하며 가라앉는다.

그래 그래,
오늘 열심히 살아야겠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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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마이 로마이 4 테르마이 로마이 4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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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예 일본에 눌러 앉는다. ‘장기 체류’
로맨스도 있을 만한, 라틴어마저 능통한, 게이샤의 딸이 등장하고, 그녀의 통역 도움을 받아 온천 여관에 취직까지 한다.
더욱 흥미로워졌다.
명랑 개그 만화답게 예상되는 난관을 경쾌하게 헤쳐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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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마이 로마이 3 테르마이 로마이 3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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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얼개는 그대로인데
변했다.
주인공이 일본에서 더 오래 머물며 욕실 바깥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늘 로마 목욕탕의 현안만 해결해 왔는데, 일본 목욕탕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다채로워졌고, 주인공의 목욕 철학은 뚜렷해진다.
누구나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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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강 2 : 6.25 전쟁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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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전쟁은 끔찍한 것.
‘손모가지’만 남은 선배는 그 조각일 뿐
아직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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