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자살 사건 철학이 있는 우화
최승호 지음 / 달아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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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볼 수도 시로 읽을 수도 있다.
따뜻한 시선이 있기는 하지만,


할미꽃

봄날, 무덤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할미꽃에게 햇살이 물었다.
“할매, 할매는 왜 무덤만 보고 계십니까?”
할미꽃이 대답했다.
“무덤 속의 망자(亡者)가 봄이면 꽃을 보고 싶어 하는데 꽃들은 다 망자를 외면한 채 하늘을 보고 있다오. 그래서 내가 볼품없는 꽃이긴 하지만 누워 있는 망자가 나라도 쳐다보라고 이렇게 얼굴을 숙이고 있는 거랍니다.” 134


최승호는 역시 차갑고 날카로울 때 빛난다.
여러 군데서 멈칫했고, 한 대 맞은 듯 생각에 잠긴 글이 많았다.

고슴도치 두마리


고슴도치 두마리가 가시를 상대방의 몸에 찌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죽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너무 사랑했던 모양이다. - P29

열등감


황소개구리에 놀란 도롱뇽들이 바위 그늘에 모여서 깨알만 한 심장을 할딱이며 말했다.

"우리 조상님은 공룡이다." - P144

처세술 강의


도마뱀이 뱀들의 초청을 받고 자절(自切)에 대한 강의를했다.
"저는 붙잡히면 꼬리를 끊어버립니다. 그리고 도망치는거죠. 여러분도 붙잡히면 꼬리를 끊어보세요. 아마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도마뱀의 강의를 들은 뱀들이 붙잡히면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끊어지지 않는 꼬리를 끊어보려고 애쓰다가 모두 벌꿀오소리의 먹이가 되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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