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응 ㅣ 서정시학 서정시 107
이하석 지음 / 서정시학 / 2011년 3월
평점 :
굳이 말하자면
이하석은 묘사보다는 사변에
소통보다는 표현에
주안을 둔다.
바로 읽히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완연한 산문이고, 가만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상이 물질로 약동하는 구절
“사람들이 오간 기억으로 길은 굽이친다” 11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처럼 평범한 말인데, 망연히 생각하게 되는
“새는 사투리를 쓰지 않네,
서울 새든 고령 새든.” 26, 새2
이 인상적이다.
아래 밑줄긋기에 넣을 시 제목은 <봄눈>이다. 봄눈을 묘사한 시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등바등하는 인간이 뭇 생명이 보였다.
‘망서리며’는 오타일까, 의도일까.
땅에 닿자마자 사라져버리는 것들. 사라지려고, 살려내려고 안간힘하며 허공중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들.
하얗게 찬 것들 분분히, 땅에 닿기 전 붐비며, 내려가서 할 일들 재면서, 망서리며 얼마나 많은 꿈과 소통과 욕망의 마음을 갈았을까? 그 부드러운 생각의 가루들은 그러나 땅에 닿자마자 사라져버린다.
추워지면 무지개 얼음 위에 애 터지게 쌓이긴 하지만, 잠시 동안만, 하얀 악마가 되어버리는. - P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