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의 내용이 다채롭다기보다는 어수선하다.1부에서 5부의 일상과 생의 여정들이 흩어져 있는데, 3부의 광주와 생드니에 관련된 시편들 말고는 딱히 뭣 때문에 부가 나뉘었는지 알 수 없이 산만하다.구수한 입말로 고향을 읊는 5부가 이전 시집이면서 첫 시집인 <하늘밥도둑>과 유사한 정조의 시들이 묶여 있다. 거기에 ‘사람다움’이 많다. “도대체 어디로 날아갔나그 기쁨의 순간들은/살구철이 지난 어느날우거진 잎새 사이에서얼핏 ! 샛노란 살구 하나 찾아냈을 때/고구마 캐낸 빈 밭에서 무심코 쟁기질 뒤따르는데덜렁 ! 고구마 한 덩이 뒤집혀 나올 때/사정없이 가슴이 콩당거리던그만큼은 아닐지라도그만큼은 아닐지라도” -113쪽, 그 기쁨의 순간들은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한 기쁨이 있다니.“무엇인가쓰러지고서야 봄이 온다나는 그 순환을 응시한다” 11쪽, 자세히 보아라이런 의미심장보다는 아래와 같은 눙침과 여운이 좋았다.
장마그해 여름은 그 뭐이냐비가 억수로 와서 막홍수가 나서 막온 동네가 물속에 철푸더엉 쟁겨버링게 막황소 돼지 염생이 퇴깽이오리 괭이 때꺼우 달구새끼헐 것 읎이 막나 살리라고 꽥꽥거림서 떠나려가는 판인디아 그런디가마아니 보고 있을라닝게어디서 막큰 구렝이 한 마리가 기어나오더니 막저도 죽게 생겼응게 막뽁대기만 간신히 나온 초가지붕으로 막 나 죽겄다고 막기어올라가더라 이거여 —아 그런디 그 뭐이냐 - P104
조선시대 제주도에는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3곳의 치소가 있었고, 정의현의 치소가 지금의 성읍 마을이라고 한다. 병난이 일어나지 않을 길지라고.제주도에서는 드물게 자라는 느티나무가 성읍에 있고,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천연기념물인가.돌하르방에 관한 얘기가 흥미로웠다. 제주목에 남은 돌하르방이 우리가 흔히 아는, 부리부리한 눈에 치켜 세운 한쪽 어깨를 보이는 데 비해 성읍마을 돌하르방은 우선 크기가 작고 표정이 온순하다. 필자는 성읍 돌하르방들이 성의 동서남문 세 곳에 두 쌍씩 마주보며 총 12기가 남아 있다고 하며, 남도의 벅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이정표 역할과 수호신 역할을 강조.1989년에 처음 나온 책이고, 성읍에 가본 적이 없어서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기회가 있겠지.
개 키우는 이야기첫 개는 샵에서 샀고그를 위해 시골로 이사했다가 버려진 개, 방치된 개와 함께 사는 이야기.믿었던 이웃이 개 잡는 사람이고, 기르던 개를 내려 개소주로 먹는 이웃도 있고.‘인간의 수호천사 개를’ 위한 책.
금세 읽힌다. 한 쪽에 한두 줄 짧은 글.제목을 보고 기대한쿵때리는 문장을 만나지는 못했다.자기에게 맞는 글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을 듯.요즘 시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현대시흐르는 물보다는 정지한 물을 좋아한다. 정지한 물보다는 고여서 진화하는 물을 더 좋아한다. - P40
현대시언어가 투쟁하고 싶단다. 투정이 아니고? - P132
어쩌다 알라딘 중고서점 영등포점에 갔다가간만에 또 읽었다.나른할 때 잠을 쫓아주는재미있는 시리즈의 흥미 여전한 후일담이다.어수룩하면서 뛰어나고잘난 척하다가도 제 발등 찍는키튼의 인간미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