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신발 시작시인선 275
이정모 지음 / 천년의시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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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겁다
묵직한 언어들에 눌려
나아가기가 어렵다

“누가 퍼붓는지 모르면서
왜 나는 노란 평화를 햇살 공양 받으며
가난한 산의 말을 줍고 있는가
/더 이상 발기하지 않는 가을 숲은
갈참나무 마지막 도토리를 뱉어내고
/수많은 전생을 거쳐왔을 11월의 몸은
바람마다 피를 흘리겠지만
/나는 아무도 걷어 가지 않는 파장의 이 계절을
붉어지는 데 한생을 다 써버린
장미의 디스토피아에 두고 것이다
/얼마간
나는 간절하지 못한 죄목으로
이 서러움의 서식지에 바쳐질 것이므로“ 46-47. 햇살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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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생태박물관 2 - 우리 식물 이야기 살아 있는 생태박물관 2
고상미 그림, 김란순 외 글, 서정화 사진 / 채우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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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쪽 알차게 정보들을 채웠다.
‘어린이를 위한 생태 체험 학습서’라는데
식물 잘 모르는 어른이 봐도 괜찮겠다.
사진이 또렷하고 특징을 잘 보여줘 좋다.
과나 속 등 어떤 기준 없이 배치되어 정신없을 수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곤충이나 새들이 자주 등장해 또 좋다.

옥에 티는 13쪽에 도깨비바늘의 꽃이라고 가막사리 꽃을 넣은 곳, 22쪽에 서양민들레 사진에 토종민들레라고 이름 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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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 푸른사상 시선 105
박상화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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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에 적힌 송경동의 글을 보니
박상화 시인은 노동운동을 오래 하다
미국으로 떠난 지 참 오래되었다고 한다.

가라앉아 정돈되기는 했으나, 맹렬히 드러나는 좌절의 쓰라림이 여기저기 흉터로 가득하다.

“우리를 잇는 줄을 타고
문명은 불을 밝히는데
우리를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건 통증뿐
/이렇게 서서 말라가는구나” 21. 전봇대에게

“시간도 공간에 갇히고
공간도 시간에 고였다
멈추지 않는 것은 오로지 삭는 일뿐이었다
일이 안 될까 봐 조바심을 치고
밥을 삼키고 종종종 뛰면서
피곤을 주고 여유를 벌고 싶었으나
여유를 뺏기고 피곤을 벌었다
아내와 나의 젊음을 뜯어 먹인 아이들은 더 커야 했고
늙은 부모에겐 빚이 있었다
물풍선처럼 불안한 것을 삶이라 했다
이토록 간절한 영역을 흔드는 비린 눈빛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참고 견뎌왔으나
이것을 삶이라 하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몸 곳곳에 박힌 뼈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52-53. 돌멩이

”살 깎아 벌지 않고 부자가 되는 꿈은 전부
도박인데,
도박은 돈을 빼앗기기만 하지 따는 건 할 수 없다.
주식, 카지노, 로또가 사기인 건
칼 들이대고 뺏어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 바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놀랍게도, 합법이다.
미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합법 노름방을 열어놓은 것이다.
/노동자는 착취를 당한다는 말도 뺏겼고
노동의 꿈도 뺏기고
노동자라는 말도 뺐겼다.
뺏긴다는 말도 뺏기고 나면
진짜 개미처럼 일만 하다 죽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70-71. 개미

가슴이 미어지고 망연해져
단숨에 읽을 수가 없다

눈이 안 보이면 마음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지 못하면 눈으로 말할 수 있는데
단지 도구(tool)가 없는 사람을
왜 굳이 장애인이라 구별해 부르나
돈을 신성시하는 사람
배려가 결핍된 사람
남이 아픈 건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도 사람이라고 하면서 - P35

눈물겨운 것은
신념이 아니라 지키는 것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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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 문학들 시인선 16
유진수 지음 / 문학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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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다.
시어나, 전개, 시상 등이.

무등산 24 61
목포역 38
서귀포 41
마포대교 56
나주역 63
영산강 64
벌교 77
땅끝 89
호남 100
강진 102

시의 대상은 시인의 고향 언저리가 중심이다.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에 담긴
그 잘 될 거라는 긍정과
무한한 신뢰가
기억에
!

“할머니
꿈에 괴물에서 쫓기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어
/응, 클라고 그랴
…할머니
짜증 나고 울고 싶고
만사가 다 귀찮아
/응, 클라고 그랴” 14. 클라고 그랴

“느그들은 걱정 마라잉
이 할미한테도 할미의 할미한테도
항시 거시기가 있었다
긍께 니들도 거시기가 있당께
암 있고 말고
암시랑토 안타“ 67. 코로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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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많이 짧아졌다
김종길 지음 / 솔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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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물흐물해지지 않는다
잦아들지만
죽음이 째깍째깍 더욱 급하게 다가오는 듯한 시간
노년의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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