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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 ㅣ 푸른사상 시선 105
박상화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8월
평점 :
뒤표지에 적힌 송경동의 글을 보니
박상화 시인은 노동운동을 오래 하다
미국으로 떠난 지 참 오래되었다고 한다.
가라앉아 정돈되기는 했으나, 맹렬히 드러나는 좌절의 쓰라림이 여기저기 흉터로 가득하다.
“우리를 잇는 줄을 타고
문명은 불을 밝히는데
우리를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건 통증뿐
/이렇게 서서 말라가는구나” 21. 전봇대에게
“시간도 공간에 갇히고
공간도 시간에 고였다
멈추지 않는 것은 오로지 삭는 일뿐이었다
일이 안 될까 봐 조바심을 치고
밥을 삼키고 종종종 뛰면서
피곤을 주고 여유를 벌고 싶었으나
여유를 뺏기고 피곤을 벌었다
아내와 나의 젊음을 뜯어 먹인 아이들은 더 커야 했고
늙은 부모에겐 빚이 있었다
물풍선처럼 불안한 것을 삶이라 했다
이토록 간절한 영역을 흔드는 비린 눈빛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참고 견뎌왔으나
이것을 삶이라 하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몸 곳곳에 박힌 뼈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52-53. 돌멩이
”살 깎아 벌지 않고 부자가 되는 꿈은 전부
도박인데,
도박은 돈을 빼앗기기만 하지 따는 건 할 수 없다.
주식, 카지노, 로또가 사기인 건
칼 들이대고 뺏어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 바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놀랍게도, 합법이다.
미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합법 노름방을 열어놓은 것이다.
/노동자는 착취를 당한다는 말도 뺏겼고
노동의 꿈도 뺏기고
노동자라는 말도 뺐겼다.
뺏긴다는 말도 뺏기고 나면
진짜 개미처럼 일만 하다 죽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70-71. 개미
가슴이 미어지고 망연해져
단숨에 읽을 수가 없다
눈이 안 보이면 마음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지 못하면 눈으로 말할 수 있는데 단지 도구(tool)가 없는 사람을 왜 굳이 장애인이라 구별해 부르나 돈을 신성시하는 사람 배려가 결핍된 사람 남이 아픈 건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도 사람이라고 하면서 - P35
눈물겨운 것은 신념이 아니라 지키는 것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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