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 창비시선 179
천양희 지음 / 창비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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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하고 괴롭고 쓸쓸하다.

“누구나 절벽 하나쯤 품고 산다는 것일까 발끝이 벼랑이다 날마다 벼랑 끝을 기어오른다 정상 정복할 등산가처럼.”
26

“참으로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무거움에 질질질 끌려다녔으므로” 61

“개 같은 인생, 개같이 울고 싶은 저녁이 있다” 71

“세상의 매혹은 짧고 환멸은 길다” 64

“늙을 줄 모르는 아픔이
한정없는 한숨이
썩을 줄 모르는 슬픔이 겨우 그 여자를 변호한다 궁색한 변호” 70

그럼에도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 13
“흐를 대로 흐른 물은 이제 소리내어 흐르지 않는다” 41
“자연처럼 자연스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27
하는 곳에 이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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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모른다 - 여성.여성성.여성문학
김승희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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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시인이 고른 여성시와 그의 평이 담긴 책이다.
“여성시에는 왜 이렇게 광기와 타나토스가 많은 것일까?“의 표본과 같은 이연주의 시를 읽고 쓴 평을 남긴다. 나는 모르므로 덧붙일 말이 없다.

”이연주의 ‘흰 백합꽃‘은 순결하고 어린 여성 육체의 상징이다. 이 시인은 여성 육체가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한낱 푸줏간에 걸린 살코기와도 같은 물질임을 여 러 차례 노래한 적이 있다. 성의 매매시장이 있고 낙태의 시장이 있으며 거기엔 낙태 전문의가 있고 늙은 독재자가 있다. 그 모든 것들은 다 남근 권력자에 의하여 경영되는 것이다. 흰 개, 쇠꼬챙이 손가락, 도끼자루, 가위 등은 남근의 은유이다.
어리디어린 흰 백합꽃이 늙은 독재자의 동첩이거 나 덤핑 약초로 팔려나가는 그 시장 앞에서 시인의 순결한 영혼은 울고 서 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화류계화시키는 이 부패도시의 암거래의 담론을 받아들이기를 끝끝내 거절했다.

1993년 그녀가 죽었을 때 영안실에서 그녀의 영정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영정 사진에 어울리는 얼굴은 본 적이 없어˝라고 혼자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검은 안경테 아래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검고도 큰, 고혹적인 눈동자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눈빛엔 감각적 초월성이 맑게 담겨진 듯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된 섹슈얼리티/정신성, 물질/영혼 사이의 깊은 분리에 대해 온몸을 던져 항거한 그녀. 러시아의 여성 시인 츠베타예바처럼 그녀도 스스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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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1957-1987 - 열화당사진문고 22
조세희 지음 / 열화당 / 198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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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살 먹은 아이가 두어 살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있다.
골이 잔뜩 난 얼굴의 아이가 빡빡 민 뒤통수만 보인 채 잠든 동생을 업고 있다.
부두 선박 계류 말뚝에 윗몸을 기대고서. 두 아이 다 몸은 기역자다.
놀러 가고 싶은데 못 가서 입이 댓발 나왔을까
동생에 묶인 지루함이 지긋지긋한 것일까
말뚝에 칭칭 감긴 밧줄처럼
아이를 남루한 가난이 꽁꽁 묶고 있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때는 1967년. 아직 풀려 나려면 멀었으니.
다 자란 아이가 저거 나야 라떼는 말야 하며 깔깔거리는 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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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연구
정예경 지음 / 혜안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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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과 요패를 집중적으로 파서
반가사유상의 편년을 확정하겠다는
야심찬 시도.
삼산관의 기원을 사산조 페르시아와 힌두 양쪽의 영향으로 파악하는 부분부터 이미 어렵다. 천천히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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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 악기 문학동네 시인선 14
김형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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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특하고 희한하다.

시인은 “외관이 아름답지도 않고 좀처럼 켜지지 않을뿐더러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제품을 선호한다. 반짝하고 불이 켜질 때를, 지지직하고 소음이 들릴 때를 꿈꾸며 끌어안는다.” 그리고, 게다가 “도피나 회피의 수단이 아닌 하나의 언어로서의 침묵. 언어 이전의 언어, 언어 너머의 언어로서의 침묵, 갖자기 형태와 빛깔을 지닌 물고기들이 살고 있지만 아무도 깨트릴 수 없는 고요 같은 침묵. 그런 절대언어에 관하여 꿈꾼다.” 언어가 형식인 시인이 지향하는 바가 침묵?!

거울, 구름, 말(히힝 달리는, 그리고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이 지겹도록 나오고 또 나온다. 이 시집을 정신분석학자에게 추천~

마치 퀴즈를 내는 듯,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왜 이런 소릴 하는지 망연하게 만드는 시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또 희한하게도 내팽개치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다시 읽고 싶지 않은데, 궁금하다.
자꾸 이상하다.
당신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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