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른다 - 여성.여성성.여성문학
김승희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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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시인이 고른 여성시와 그의 평이 담긴 책이다.
“여성시에는 왜 이렇게 광기와 타나토스가 많은 것일까?“의 표본과 같은 이연주의 시를 읽고 쓴 평을 남긴다. 나는 모르므로 덧붙일 말이 없다.

”이연주의 ‘흰 백합꽃‘은 순결하고 어린 여성 육체의 상징이다. 이 시인은 여성 육체가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한낱 푸줏간에 걸린 살코기와도 같은 물질임을 여 러 차례 노래한 적이 있다. 성의 매매시장이 있고 낙태의 시장이 있으며 거기엔 낙태 전문의가 있고 늙은 독재자가 있다. 그 모든 것들은 다 남근 권력자에 의하여 경영되는 것이다. 흰 개, 쇠꼬챙이 손가락, 도끼자루, 가위 등은 남근의 은유이다.
어리디어린 흰 백합꽃이 늙은 독재자의 동첩이거 나 덤핑 약초로 팔려나가는 그 시장 앞에서 시인의 순결한 영혼은 울고 서 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화류계화시키는 이 부패도시의 암거래의 담론을 받아들이기를 끝끝내 거절했다.

1993년 그녀가 죽었을 때 영안실에서 그녀의 영정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영정 사진에 어울리는 얼굴은 본 적이 없어˝라고 혼자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검은 안경테 아래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검고도 큰, 고혹적인 눈동자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눈빛엔 감각적 초월성이 맑게 담겨진 듯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된 섹슈얼리티/정신성, 물질/영혼 사이의 깊은 분리에 대해 온몸을 던져 항거한 그녀. 러시아의 여성 시인 츠베타예바처럼 그녀도 스스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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