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의 미술 - 무섭고 기괴하며 섬뜩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1월
평점 :
도서관 서가 사이를 오가다 눈에 들어 모셔와 읽기 시작한다. 기숙사에 사는 10대 소녀가 주말에 귀가할 때, 짠 하고 보여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몇 장 뒤적이더니 덮었다. 가져온 보람은 희미해졌으나, 읽어 줘야 덜 미안할 듯하여.
12 주제로 나누어 다양한 그림을 보여 준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단락을 남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과학도 철학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 주제를 사색할 수 있고 때로는 치유도 받는다. 예술은 저 어둠의 원형, 마법사와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어떤 (무섭든 폭력적이든 환상적이든 간에)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이 사색에서 우리는 역사와 경험을 되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실로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닌가? 220
과문하여 처음 접하는 그림이 많았다. 그중 인상적인 것들을 적는다.

Aron wisengeld, The Pit
이성복에 대해 얘기를 했다. 좋아하는 두 사람과. 나는 이성복이 싫다고. 어떤 근원적인, 사라지지 않는 치욕 또는 상처, 우울을 깔고 있어서. 딱 저 구덩이 혹은 수렁 같은. 그게 왜 싫으냐고? 무섭고 재미없다. 저 심연을 보라.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자꾸 눈이 간다. 이성복은? 물론, 다 읽었지. 에세이까지 다. 고백도 그의 시집에 몇 자 끼적여 했고. 지금은 저 심연과 같이 느껴진다는 얘기.

David Wojnarowicz, Untitled(Face in Dirt)
처음 들었을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그의 노래에 완전히 푸욱 빠져드는 이들이 몇 있다. 담배든 약이든 뭔가에 찌든 목소리로 섬머타임을 거하게 긁고 있던 재니스 조플린이나, 그의 친구 짐 모리슨, 멱 감으러 갔다가 며칠 나오지 않은 제프 버클리나 커트 코베인 등의 목소리는 결말을 알고 들어서 그렇게 느꼈다기보다는 그저 이미 비애를 넘어선 죽음이 깊게 깔려 있다. 이 심상치 않은 사진을 보며 그들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워나로위츠도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아래 그림들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인데, 처음 본 것.

고흐, 담배를 태우는 해골

세잔, 살인
그리고, 인상적인 그림.

엘리자베타 시라니, 강간범을 죽이는 티모클레아
마무리는 마그리트의 말씀으로.

르네 마그리트, 흑마술
...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면서 단순한 질문을 한다. '무슨 뜻이지?'
아무 뜻도 없다. 왜냐하면,
미스터리란 아무 뜻도 없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이다."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