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윤동주 지음 / 소와다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양간 당나귀
아-ㅇ 외마디 울음울고,

당나귀 소리에
으-아 아 애기 소스라쳐 깨고,

등잔에 불을 다오.

아버지는 당나귀에게
짚을 한키 담아 주고,

어머니는 애기에게
젖을 한모금 먹이고,

밤은 다시 고요히 잠드오.” 94-5, <밤>

은 잔잔한 이야기가 흐른다. 그 과정이 너무 순하고 자연스럽다. 천진하며, 마지막 구절도 산뜻하다.



“만상을
굽어 보기란

무릎이
오들오들 떨린다.

백화
어려서 늙었다.

새가
나비가 된다.

정말 구름이
비가 된다.

옷 자락이
칩다.” 82-3, <비로봉>

은 윤동주의 다른 시와는 빛깔이 다르다. 금강산 비로봉을 다녀와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지용의 <비로봉>이 떠오른다. 윤동주가 정지용의 시를 의식하고 쓴 듯하다.
백화는 자작나무다. 비로봉에 올라가 세상을 굽어보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하게 드러나 있다. 툭툭 내뱉는 듯하지만 잘 이어지고. 여운 가득한 마무리가 참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