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간 당나귀아-ㅇ 외마디 울음울고,당나귀 소리에으-아 아 애기 소스라쳐 깨고,등잔에 불을 다오.아버지는 당나귀에게짚을 한키 담아 주고,어머니는 애기에게젖을 한모금 먹이고,밤은 다시 고요히 잠드오.” 94-5, <밤> 은 잔잔한 이야기가 흐른다. 그 과정이 너무 순하고 자연스럽다. 천진하며, 마지막 구절도 산뜻하다.“만상을굽어 보기란무릎이오들오들 떨린다.백화어려서 늙었다.새가 나비가 된다.정말 구름이비가 된다.옷 자락이 칩다.” 82-3, <비로봉> 은 윤동주의 다른 시와는 빛깔이 다르다. 금강산 비로봉을 다녀와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지용의 <비로봉>이 떠오른다. 윤동주가 정지용의 시를 의식하고 쓴 듯하다. 백화는 자작나무다. 비로봉에 올라가 세상을 굽어보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하게 드러나 있다. 툭툭 내뱉는 듯하지만 잘 이어지고. 여운 가득한 마무리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