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노곤하니 각시멧노랑나비 한 마리,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한밤중 나를 깨워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등목을 청하던 어머니,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 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까맣게 탄 등에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우물가에서 펌프질을 하며어머니의 등에 기어다니는반짝이는 개미들을한마리씩 한마리씩 물로 씻어내던 한여름 밤식구들에게 한번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던어머니는 달빛이 참 좋구나막내 손이 약손이구나 하며시원하게, 수줍게 웃음을 터뜨리셨다
막판이 저렇듯 타오른다면가으내 단풍구경을 다녔다단풍잎만 단풍이 아니다물드는 건 다 단풍이다정년퇴임한 가을이 산마다 곱다얼레덜레 물들던 산그늘이알록달록 수런거리던 산자락이골짜기마다 마침내 울긋불긋 타오르거니새 울음소리 눈물 없듯골짜기들 타올라도 연기 없거니막판이 저렇듯 타오른다면사람살이 얼마나 아름다우랴타오르는 골짜기들이소리도 눈물도 연기도 없이막판의 가슴을 훑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