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

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
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
한밤중 나를 깨워
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
등목을 청하던 어머니,
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
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
까맣게 탄 등에
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
우물가에서 펌프질을 하며
어머니의 등에 기어다니는
반짝이는 개미들을
한마리씩 한마리씩 물로 씻어내던 한여름 밤
식구들에게 한번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던
어머니는 달빛이 참 좋구나
막내 손이 약손이구나 하며
시원하게, 수줍게 웃음을 터뜨리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