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정서를 바짝 말리니 문장이 바스락거린다.4-5부의 아메리카 인디언 수난기가 이채롭다.
소리병든 말 한 마리가광야를 가고 있다.사막의 모래알들이일제히 일어서며 소리쳤다.해 돋는 쪽으로 가랴?아니,해 지는 쪽으로 가라해 지는 쪽으로 가라! - P36
참 이땅을 사랑한 이였다.강물소리 같은, 그 잔잔한 음성을 새 시집으로는 못 듣는다는 것이 아프다.
시래기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찬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배배 말라가면서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 P66
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치열한 고민의 흔적들
뜻밖에젊은 날엔 시를 쓰기 위해 사전을 뒤져야 했다몇 번의 실직과 몇 번의 실연이 지나갔다시는 뜻밖에 뜻, 밖에 있었다 - P21
어쩌자고 인간은 이토록 악착같이 지구를 착취해 얻은 것들을 풍요라 부르게 되었나? 잉여의 발생이 부추기는 탐욕, 무기와 노예,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병든 인간, 잉여가 없다면 살기 위해 협력했을 수도 있는데 잉여가 발생하면 반드시 폭력이 시작된다 최초의 잉여를 점유한 세력이 씨 뿌린 악의 계보, 어떻게 해야 이 나쁜 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만년 동안 후퇴 없이 몸통을 불려온 지옥을멈춰야 해.돌아가야 해.그래야 서로 살아.모든 존재와 더불어 겸손히 걸식하던 때그 정도에서 멈춰야 했다.인간이 지구에서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으려면지금 태어나는 인간의 아이들이 지구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으려면멈춰야 해.더 늦기 전에.그럴 수 있을까? 인간이?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