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사랑 이야기 - 초기 지구 백과사전
이사벨 그린버그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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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들들들
인간보다 심술궂은 신과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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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그물 창비시선 451
최정례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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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삶 자체다.
고독하고, 아프고, 슬픔이 울컥 쏟아지고, 한강 다리가 아주 약간 휘청할 만큼 네가 보고싶다.
부모를 잃고, 자식을 앞세우고, 시인도 투병하다
그예 가시고 다시 오지 못한다.

기쁨이 지나갔다
슬픔이 지나갔다
발을 굴렀다

공중제비를 돌았다

혼자였다 - P10

어둠도 늙는다 앓는다. 어둠은 비대해지다 스스로 삼켜지다가 더 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곳으로 영혼이 조용히 앞질러 간다. 천천히 내 앞에서 걷는다. 따라오나 안 오나 뒤돌아본다. 안 보인다. - P17

여행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짐을 싸고 나면
병이 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가기 싫은 마음이
가고 싶은 마음을 끌어안고서
태풍이 온다

태풍이 오고야 만다
고요하게 제 눈 속에 난폭함을
숨겨두고

내일은 결혼식인데 하필 오늘
결혼하기 싫은 마음이 고개를 쳐드는 것처럼 - P23

여행이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맘에 드는 곳에 고여 있는 것이다
거기 머물며 내 집을 생각하는 것이다
내 집이 어디 있는지 과연 내 집이
어디 있기는 있는 것인지
국을 그리워하며 떠내려가보는 것이다 - P59

가고 싶으면 가고
날고 싶으면 난다
새들은 그렇게 산다
가도 되냐고 좋아해도 되냐고
묻지 않아도 되는 여름이 오고 있다 뻐끔거리며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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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각 문학연대 시선 5
고재종 지음 / 문학연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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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지 못했다.
오래
곁에 두고
자주 기댈 것이다.

동짓날


툇마루에 햇볕을 깔고 앉아 고양이들 밥을 주니
그냥 잘 먹고서는 이리 비비고 저리 뒹구는 재롱이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네 하다가, 대문 쪽으로 귀를 살핀다.

천권독서를 해서 누가 배움을 청하나,
연애질이 처절해서 옛님들이 찾아오길 하나,

돌아보면 눈물만 난다고, 어제 망백의 뒷집 할매가 말했다. - P53

공간이 공간인 것을 느낄 때는
그곳이 텅 비어 있을 때다. - P64

이때쯤 바람은 수수밭 가를 서성거렸지
늘 굽은 등을 보이며 숨어드는
쓸쓸한 꿈들과
짐짓 보람도 없이 저미는 시간의 갈기조차
가만가만 다독이던 바람의 노래 - P74

늘 무릉에 닿고자 하여 무릉에 이르렀으나
무릉에 계속 머물 수 없는
길 끝의 바람 - P87

산방에 쌓이는 고요는
툇마루에 비쳐든 희부윰한 잔광,
무언가 말하려다 오늘도 다 말하지 못하고
아랫녘 강물로 반짝이는 시계 밖의 시간 - P89

길은 늘 가 닿지 못하는 길 바깥들,
가 닿아도 머물지 못하는 길 안쪽들,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미안하기 위해서는
너무 긴 어둠과 짧은 빛이라도 좋았다
읽혀지기보다 쓰여지기 위해 있다는 소설처럼
삶은 헤아리기보다 길 가는 자의 눈물이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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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사서함 문학과지성 시인선 357
박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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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물음이 많다.

어디선가
대왕호랑나비 한 마리 날아와
비쩍 마른 채송화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다 어른 손바닥만 한
초면인, 저 대왕호랑나비와 나는
무슨 인연일까
32쪽 <Love>

일 밀리라도 소통되려고 기웃거리는
그림자 밥상에게
마음 열어준 적 있어?
49쪽 <그림자 밥상>

거실은
대장쯤 될까
그렇다면 부엌은 머리?
51쪽 <대청소>


시적 대상은 다채로운데
시구나 시상이 딱히 당기는 맛 없이 그저 흘러간다.
한 물결로 가느냐, 둑 너머 물 구경이냐
그의 시집 한 권 더 읽고 생각해 보자.

크나큰 수레


고통이 숨을 쉴 때마다 한 치수씩

요염해졌는지

마치 수양버들에 댕자 꽃 피어

탱자가 주렁주렁

호수에 어린 듯 고혹적이다

푸른 가시가 햇살에 감전될 때마다

맨 처음 꽃 피었던 꽃잎들의 입술까지

불러냈는지 무한정 탱자 꽃향기가

흘러나와 수레를 깁고 짜고 있다

늙은 마을 하나를

갓 시집온 마을로 거뜬히 실어 갈

커다란 수레바퀴를, - P21

너무 늦은 생각

꽃의 색과 향기와 새들의
목도
가장 배고픈 순간에 트인다는 것
밥벌이라는 것

허공에 번지기 시작한
색과
향기와 새소리를 들이켜다 보면
견딜 수 없이 배고파지는 것
영혼의
숟가락질이라는 것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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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 앙굴렘 국제만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3
빈슐뤼스 지음, 박세현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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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는 말없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 난리 브루스의 와중에도.
주변의 모든 존재들은 다 불안하고 불행하며 무도하다. 다 파멸하고 세상도 혼란스럽고 그림도 그렇다.
돌고 돌아 사랑 찾는, 형사 건너편 사는 여자가 유일하게 불행을 겪지 않는다.
피노키오의 코의 쓰임에서부터 원작과 완전히 다르다.
피노키오 안에 사는 바퀴벌레 지미니의 서사가 또다른 세상으로 펼쳐지는데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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