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빛그물 ㅣ 창비시선 451
최정례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평점 :
시가 삶 자체다.
고독하고, 아프고, 슬픔이 울컥 쏟아지고, 한강 다리가 아주 약간 휘청할 만큼 네가 보고싶다.
부모를 잃고, 자식을 앞세우고, 시인도 투병하다
그예 가시고 다시 오지 못한다.
기쁨이 지나갔다 슬픔이 지나갔다 발을 굴렀다
공중제비를 돌았다
혼자였다 - P10
어둠도 늙는다 앓는다. 어둠은 비대해지다 스스로 삼켜지다가 더 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곳으로 영혼이 조용히 앞질러 간다. 천천히 내 앞에서 걷는다. 따라오나 안 오나 뒤돌아본다. 안 보인다. - P17
여행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짐을 싸고 나면 병이 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가기 싫은 마음이 가고 싶은 마음을 끌어안고서 태풍이 온다
태풍이 오고야 만다 고요하게 제 눈 속에 난폭함을 숨겨두고
내일은 결혼식인데 하필 오늘 결혼하기 싫은 마음이 고개를 쳐드는 것처럼 - P23
여행이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맘에 드는 곳에 고여 있는 것이다 거기 머물며 내 집을 생각하는 것이다 내 집이 어디 있는지 과연 내 집이 어디 있기는 있는 것인지 국을 그리워하며 떠내려가보는 것이다 - P59
가고 싶으면 가고 날고 싶으면 난다 새들은 그렇게 산다 가도 되냐고 좋아해도 되냐고 묻지 않아도 되는 여름이 오고 있다 뻐끔거리며 - P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