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역사를 바꾸다 - 인류 문화의 흐름을 바꾼 50가지 광물 이야기 역사를 바꾸다
에릭 샬린 지음, 서종기 옮김 / 예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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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석탄과 석유 냄새에 취해 기계적인 아름다움만 바라보며 일하고 죽어가는 우리 인간은 바람과 하늘, 곡식이 영그는 들판을 잊은 채 이 벽돌 건물들 사이에서 얼마나 번영할 수 있을까? -찰스 린드버그 (1902-1974)

책의 시작이 얼마나 뼈아프게 절실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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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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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
잔잔하나 단단한 마음 챙김.
누구에게 줄까 가만히 생각해 보는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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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봄 문학과지성 시인선 64
고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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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시작이 자못 비장하며 굳세다.

“땅의 사람들 1
-서시

겨울 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도시에서 지금 돌아온 사라믈은
폭설주의보가 매달린 겨울 숲에서
모닥불을 지펴놓고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가움을 녹이며
조금씩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며
자기 몫의 봄소식에 못질을 하고 있다
물푸레나무 숲을 흔드는
이 지상의 추위에 못질을 하고 있다
가까이 오라, 죽음이여
동구 밖에 당도하는 새벽 기차를 위하여
힘이 끝난 폐차처럼 누워 있는 아득한 철길 위에
새로운 각목으로 누워야 하리
거친 바람 속에서 밤이 깊었고
겨울 숲에는 누이 내리고 있다
모닥불이 어둠을 둥글게 자른 뒤
원으로 깍지낀 사람들의 등뒤에서
무수한 설화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으로 서걱거린다”

1부 땅의 사람들 연작, 2부 지리산의 봄 연작은 분단 조국의 사람과 산하를 읊는다. 3부 천둥벌거숭이 노래 연작에서는 세상을 염세적으로 풍자한다.
“동서남북에서
/하느님 우시는구나
/허리 위어지는 빚잔치
/기둥뿌리 무너지는 꽃잔치
/만조백성 허수아피 잔치에
/입 없는 하느님 우시는구나
/적막강산 줄줄 우시는구나” 72

4부 여성사 연구 연작은 여성해방을 다룬다.
“우리의 간절한 진실은 하나이니
여성 해방 만세,
그리운 민주 세상 만세,” 92

5부 편지 연작은 사랑을 다룬다. 시인은 연애를 했거나, 실연을 당한 듯하다. 다양한 그리움과 상처가 드러나 있다.
“최후의 통첩처럼
은사시나무 숲에 천둥번개
꽂히니
천리 만리까지 비로
쏟아지는 너,
나는 외로움의 우산을
받쳐들었다” 108

6부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나온다. 격렬하게 슬프고,
“슬픔의 번갯불에 감전된 나무들이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 울었습니다
슬픔의 강물에 어리는 산천들이
제 그림자 흔들며 울었습니다” 123

간신히 견디고 있다.
“제발 가슴속의 봉분을 버려라
찾아오면 떠나갈 때가 있고
머물렀으면 일어설 때가 있나니
사람은 순서가 다를 뿐이다“ 130

고정희의 모든 면모가 담겨 있다. 다채롭다.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 P23

어두운 날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조금 마신 후에 바라보는 산
아주 가까우면서도 먼 산 하나
그 산에 나는 아직 오르지 못했습니다
길다면 긴 서른아홉 해 동안 나는
산으로 가는 길을 죄다 더듬었지만
미지로 열린 그 오솔길들은
원으로 원으로 원으로
떠났던 문에 닿아 있을 뿐,
운무 자욱한 어여쁜 산봉우리
저무는 강둑에 고요히 서 있습니다 - P25

여느 지붕마다 겨울은 깊어
북한산 능선마다 함박눈 소복하니
이제는 설산으로 마주앉는 그대여,
그렇구나
서울땅 덮고 남을 저 눈이
그대 여생 덮고 남을 내 그리움
그대 하늘 덮고 남을 내 상처라 해도
우리 둘의 융기로 떠받치는 세상
나는 이미 닻줄을 풀었구나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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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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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민들레는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아름다움에서 기쁨을 찾고자 하는 유년기의 욕구, 바람 속에 자유로이 날고 싶은 충동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민들레는 성인의 진지함, 절제, 예의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것은 교외 지역에서 불문율처럼 통하는 성적 억압의 밑바탕이 되어, 빨래를 널어서 말리는 행위나 민들레꽃이 만발한 상황을 금기시한다. 불쾌한 민들레를 없애고 도를 넘는 현란함이 문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억눌러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진입로에 세워둔 번쩍이는 대형 자동차, 남근처럼 다듬은 관목, 뒷마당에서 일광욕하는 10대의 팽팽한 몸에는 부와 여가의 과시이므로 용납된다. 그런 것들은교 의 거주자들이 꿈꾸는 생활이 어떠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가난하고 불경한 자들만 민들레꽃을 그냥 내버려둔다. - P58

잡초 가득한 잔디밭만큼 확실하게 세속적 지위의 하락을 보여주는 요소도 없다. 매수자, 매도자, 부동산 중개인, 감정인, 검사관 모두 민들레가 실제 자산 가치에 손실을 입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집단 사고는 그럴 수 있다고 믿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한도 가까이 받은 미국인들은 민들레의 재난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매년 잔디 제초제에 9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다. - P59

어저귀는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잡초다운 유전자, 적응성, 가변성을 유지했다. 누구의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 생존과 지속적인 적응을 위해 어떤 회사나 국가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어저귀의 관점에서는 일종의 식물 주권을 달성한 셈이다. - P111

트랙터가 지나다니도록 한 가지 작물을 열 맞추어 심어놓고 잡초에 약을 친 다음 작물을 죽이거나 우물에 흘러들지 않기를 바라는 것. 이곳 교수들은 서구의 기술 전도자들이 설파하는 이 접근법이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가? 자스가 보여준 것처럼 아프리카식 농법은 재치 있고 풍성했다. 그는 시장 공급에 앞서 가족이 먹을 작물을 길렀다.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호혜주의에 근거해 시간, 노동, 물자를 서로 주고받았다. 그의 노동에는 존엄성과 공동체 의식이 깃들어 있었다. 수입 제초제, 유전자변형 종자, 디젤과 석유로 작동하는 기계에 의존하는 것이 또 다른 식민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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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의 바다 문예중앙시선 20
문정희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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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2012년에 나왔는데, 한 해 전에 시인은 베네치아 카 포스테리아 대학에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쓴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물, 바다, 베네치아, 시간이 넘실댄다.
억지로 쥐어짜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통역


깃털 하나가 허공에서 내려와
어깨를 툭! 건드린다
내 몸에서 감탄이 깨어난다

별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오래된 기억을 건드린다
물살을 슬쩍! 일으킨다

깃털과 별과
나 사이
통역이 필요 없다

그 의미를 묻지 않아도
서로 다 알아들었으니까 - P140

미친 약속


창밖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풋열매가 붉고 물렁한 살덩이가 되더니
오늘은 야생조의 부리에 송두리째 내주고 있다
아낌없이 흔들리고 아낌없이 내던진다

그런데 나는 너무 무리한 약속을 하고 온 것 같다
그때 사랑에 빠져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미친 약속을 해버렸다

감나무는 나의 시계
감나무는 제자리에서 시시각각 춤추며
시시각각 폐허에 이른다

어차피 완성이란 살아 있는 시계의 자서전이 아니다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P31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상처는 훈장처럼 늘어가지만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 P17

누구도 왕복표는 가질 수 없어
편도뿐이야

침묵을 저어 저어
시를 쓰고
고통을 저어 저어
촛불을 켜고

끝도 시작도 알 수 없는
알 수 없는 시간의 수갑을 차고 - P60

비명을 삼키며
밤낮으로 걷고 있는 신발들아
언제나 시작이고 또 시작일 뿐인 구름들아
이곳은 어디인가
산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람처럼 가벼운 질문뿐인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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